개인적으로 한국 오컬트를 너무 좋아하고 이 장르가 좀 더 부흥하고 다채로워졌으면 해서 일단 트레일러부터 기대하던 작품인데 좀 아쉬움이 크다. 특수효과나 분위기의 문제도 아니고, 배우들이 연기를 못한 것도 아니었다. 배우들 캐스팅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특히 남다름 배우는 약간 성스러운 순수한 분위기가 대단했다. 맨날 딴짓하며 보는 넷플릭스였는데,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이성민 배우도 언제나처럼 잘했지만 특히 비중에 비해 감정을 표현할 대사도 장면도 포함하여 기회 전반이 너무 적었을텐데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의 배역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모니터 너머로 닿는 듯했다. 새삼스럽게 이성민 배우와 박해준 배우가 세상에서 치이고 지친 배역으로 함께 나와, 새하얗게 젊은 배우와 앙상블을 이루고 있으니 기묘한 기시감도 들었다. 저건 몇년만이려나. 김유정 배우가 정말 기묘하게 둥둥 떠있는 역할을 잘 소화했다. 무표정에서 표정이 보이게 하는 것도, 안 보이는 표정을 궁금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일도 어려울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걸 하더라. 결국 이야기와 장면들의 구성 정도가 너무 의아하고 아쉬웠다. 제 8일의 밤이니까 8에 맞춰 보면서 생각났던 것 중 질문을 써봤다. '8일의 밤'이라는 시간 제한과 미션들이 만드는 그 세계 자체는 분명 좀 더 풍부하고 치밀해질 수 있는 단초였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아쉽다. 마지막 타이틀 로고 보니까 좀 더 주제의식에 맞춰 밀어붙이지 싶었다. 1. 진수(이성민)가 청석(남다름)에게 자비를 베풀고 과거의 원수를 용서하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라면, 왜 진수의 사연과 시점이 결말에서야 드러나는지. 2. 호태(박해준) 역할이 한낱 역경이자 방해에 불과하다면 왜 동진(김동영)에 대한 그의 감정을 설명하는데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그가 가진 연민이 중요한 무엇이라도 했어야 수많은 장면들이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닌지. 3. 애란(김유정) 역할이 굳이 선이거나 악으로 규정될 필요는 없으나 도리어 마지막에 보여주면서까지 애란에 대한 구원이 그렇게 강조된 것인지. 솔직히 선행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구원을 원하기엔 어떤 괴로움이나 갈등 한번 보이지 않았으니 구원 받을 자격도 없는데? 4. 번뇌와 번민을 해탈로서 극복하는 얘기라면 과거의 자살 시도 경험이 있고 퇴직을 압박당해 미래는 불투명한 동진(김동영)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5. 묵언수행이나 불교의 육식 금지로 청석의 캐릭터 일부를 구성하려고 하는 것은 종교에 대한 서투른 마인드 이전에, 너무 안일하고 단순한 접근 아닌지. 심지어는 이야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아 장치로써도 기능하지 못하는데... 6. 제 8일의 밤이라는 소재라면, 한 징검다리에서 다음 징검다리까지 건너고 건너는 사이에서 징검다리의 인물끼리 일어나는 다이나믹과 긴장을 활용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도리어 그걸 포기하고, 피해자이자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곁가지로 둔 채로, 주변에서 그를 막으려는 승려들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선택됐는지. 7. 8일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다면, 직면과 긴장은 오히려 사흘째 정도의 진작부터 시작되어야 했던 건 아닐지, 너무 주인공들이 오랫동안 안전하다보면 흐름은 느슨해지며 보는 시청자 관객들은 당연히 마지막 날에 무언가 쉽게 해결될 것을 예감하고 굳이 몰입하고 응원할 기분이 아닐 것 같은데. 8. 결국 청석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단 한번도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휘둘리기만 하진 않았는지. 영화를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려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