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조윤정

조윤정

8 years ago

5.0


content

속죄

本 ・ 2023

平均 4.2

브라이어니를 위한 변명 브라이어니는 영화 속 희대의 나쁜년 1위에 뽑혔지만 작가인 매큐언은 브라이어니를 "자신이 창조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캐릭터"라 말했다. 매큐언이 관심있는 것은 브라이어니의 죄가 아니라 그녀의 속죄 과정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어니처럼 큰 잘못이 아니라도 사람은 모두 죄를 짓는다. 그리고 그런건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 곧 잊어버린다. 하지만 브라이어니는 피해자 로비의 마음을 상상하며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있는 그대로 적는다. 그리고 그것을 소설의 형태로 공개한다.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잔혹해지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의 핵심에 자리한다. 2부에서 브라이어니는 로비의 마음 속에 들어가 그가 겪었을 고통을 상상하고 재현한다. 그리고 로비가 단지 자신과 똑같이 살아 숨쉬는 소중한 한 명의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 병으로 머리를 얻어맞고 쓰러지면 카메라는 이동하고 플롯도 다음 이야기로 전진"하는 시대에, 그녀는 "사람이 병으로 머리를 맞으면 평생 그 결과로 고통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면서 타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려는 시도 자체가 왜 윤리의 시작인지를 보여준다. 브라이어니의 속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속죄>는 <아라벨라의 시련>에서부터 <분수대 옆의 두 사람>, <속죄>에 이르기까지, 브리이어니의 77년의 여정을 통해 속죄를 위한 그녀의 노력과 고통, 용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정말 비판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롤라를 강간한 진범이면서도 로비가 오해받는 사이에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전쟁에 기생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승승장구하는 폴 마셜이야말로 매큐언이 그리고자 한 파렴치한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손쉽게 사건을 끝내기 위해 브라이어니가 증언을 번복할 기회를 박탈하고, 폴을 훌륭한 시민이라 추앙하며 기사 작위를 주는 영국사회야말로 매큐언이 비판하고자 했던 대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