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성상민

성상민

8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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顔たち、ところどころ

映画 ・ 2017

平均 4.0

아녜스 바르다는 한국에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장 뤽 고다르나 로베르 브레송과 더불어 프랑수 누벨바그 시대에 활약한 여성 감독입니다. 2008년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이후 10년 만의 장편 신작이죠.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이 바르다 자신이 그간 해온 작업들을 반추하며 만든 다큐멘터리 작업이었다면,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자신이 그간 해오던 작업을 연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경향성을 발휘하려는 시도입니다. 80대 후반인 자기보다 50살은 젊은 사진작가 JR과 함께 말입니다. JR은 꾸준히 세계 각지의 ‘평범한 얼굴들’을 렌즈로 담아내고, 다시 거대한 프린트인 동시에 일종의 퍼포먼스인 설치 작업을 주로 해오던 작가입니다. 서로 나이도, 작업 분야도 다르지만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된 둘은 뭉치게 되고, 영화는 그 협업의 기록입니다. 영화는 바르다와 JR이 프랑스 각지를 돌아다니며, 즉흥적으로 사진 작업과 퍼포먼스를 하는 기록을 다룹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기록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다큐멘터리지만, 얼핏 드러나는 모습들에서는 기록와 극의 경계선이 흐릿합니다. 꾸준히 마을에서 노동하는 이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둘의 작업은 단순한 ‘사실의 적시’에 그치지 않습니다. 바르다는 JR과 만나며 작업을 하는 순간에 의도적으로 픽션적인 요소를 활용하고, 그 경계를 가로지르는 접근법은 장 뤽 고다르의 집으로 향하는 후반부에서 무척이나 두드러집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실제의 자신(들)을 픽션화하는 연출은 한편으로는 바르다-JR의 작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역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 오랫동안 노동을 하며 생을 영위했던 사람들을 ‘토템화’하는 작업은 사진으로 찍힌 이들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 더 나가서는 어떤 식으로든 작업물들을 마주치는 이들에게 피사체의 존재감을 부각시킵니다. 이러한 퍼포먼스적인 작업은 ‘실재’하는 인물과 하나의 ‘모뉴먼트’로 남은 인물의 거리를 모호하게 만들고, 어떤 정체성으로 남아있던 간에 하나의 인물과 사물을 반영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이상을 넘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자신이 함께 했던 누벨바그 운동을 새로운 모습과 방식으로 변주하려는 하나의 시도가 됩니다. 사소해보이지만, 동시에 간과하기 어려운 고민의 총체인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잘 어울리는 개막작이기도 한거죠. 유운성 평론가가 제기한 ‘형상-픽션’의 일종으로써, 기록(archive)과 에세이 필름(essay)를 오가며 독특한 색채를 만드는 도전의 여정은 한국에게도 많은 숙제를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