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에서 안타까운 캐릭터는 휘영이다. 휘영이는 술 마시는 엄마에, 가정폭력범 아버지에, 작가가 회수는 못했지만 형에 대한 사연도 있는 아이고, 제대로 된 교우관계도 형성하지 못하는 아이다. 정신적으로 캐릭터를 학대해 놓고 어쭙잖은 삼각관계에 껴놓았다가 그마저도 메인커플이 이어지며 단숨에 배척된다(분량도 함께 사라진다) 18살의 학대 받는 아이를 그냥 나쁜놈으로 만들고 결국 친구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자퇴를 한다. (심지어 갑자기 주유소 알바..?) 마휘영이라는 캐릭터를 이같이 그냥 나쁜놈으로 소비할 거라면 굳이 가정폭력 같은 배경을 작가가 삽입한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서 시청자들이 알아서 이해하길 바라는 꼴이다. 마지막에 휘영의 아버지나 어머니나 그 어떤 반성도 없고, 그냥 그렇게 드라마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휘영이도 드라마에서 의미없이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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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제 캐릭터 또한 답답하다. 오제도 어머니에 대한 사연이 있는 듯 떡밥만 뿌리고 회수 못했고, 아버지 역할도 뭘 할 듯 고양이 이야기만 하다가 그대로 증발했다. 어떻게든 개방적임을 어필하고 싶었던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오제는 뜬금없이 동성애자다. 휘영이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간접적으로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교내 sns를 통해 타인에 의해 아웃팅까지 당한다. 그리고 그 주체인 오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며 그 이후의 이야기도 없다. 도대체 왜 그랬는가. 충분한 서사도 주지 않고 이유도 주지 않을 거면 이야기를 왜 던지는가 말이다. 각 캐릭터에 지지부진한 설정만 덕지덕지 붙여놓고 정작 그 인물을 제대로 설명하는 신 하나 제대로 쓰지 않았다. 그 와중에 다흰이라는 캐릭터도 역시 허무하게 소비되어 버린다. 그리고 둘이 갑자기 베프? 평소에 게이 베프 생기는 게 로망이셨던 건지? 오제는 베프가 되기 위해 게이가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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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훈이는 갑자기 전학 갔다가 뜬금없이 수학여행 가는 날 다시 전학 와서 수학여행을 같이 간다. 수학여행 가서 딱히 한 일도 없는데 굳이 수학여행 날 전학 오는 뜬금없는 설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계 사건부터 쓸데없는 신발 얘기에 또 상훈이 아빠는 휘영이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굴욕적인 아버진데 갑자기 익명으로 게시판에 글이나 올리는 찌찔할 대로 찌질한 인간이고. 도대체 휘영이 아빠가 조상훈을 왜 데려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일체 없다. 이건 뭐 그냥 너네가 대충 알아 먹으라는 식. 상훈과 준우가 연대해서 휘영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했지만 이건 뭐. 상훈이는 그저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정의롭지도 패기롭지도 않은 그저 그냥 박쥐 정도로 정리 되는 캐릭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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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결 역할도 안타깝다. 교사직에 적응 못하는 젊은 선생이 준우라는 학생을 만나 사명감과 직업의식을 갖게 된다. 좋은 시작이다. 근데 웬 뜬금없는 편의점 알바생이랑 러브라인이 또 등장한다.(한 드라마에 러브라인이 6갠가 7개ㅎ) 학교에 있는 교감은 밉지만 정 가는 캐릭터도 아니고 그냥 또 한낱 팔랑거리는 이차원적 캐릭터에 불과하고. 강기영이라는 배우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진지한 연기도 잘 할 수 있는 배우구나라는 것을 느끼려다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바람에 느껴지다 만다. 선생이라는 역할에 캐릭터를 집중시키지 못하고 또 가족 서사를 끼워 넣는다(어머니가 대학에 가라고 다그치는 유년시절 회상장면에..맨날 술 먹고 돌아가신 엄마 보고 싶다고 멤멤. 그것도 꼭 자기가 잘해 보려는 여자 앞에서^^) 강기영이 연기하는 오한결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서사는 충분히 괜찮았으니 굳이굳이 끼워 넣은 러브라인은 작가님 메모리 한켠에 고이 묻어 놨으면 정말 좋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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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빈이 엄마 김선영 배우의 캐릭터는 나름 입체적이다. 커리어우먼으로서 딸에게 여성으로 살아나가기 힘든 세상이니 서울대에 가라 한다. 욕망의 동기도 나름 확실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방법도 현실성 있다. 수빈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엄마의 모습이 (배우의 역량 같기는 하지만)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구구절절한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를 만드는 데 소모되는 악역으로 역할이 변질되고 만다. 딸보고 똑똑하라고 하면서 끝까지 아빠가 이혼하자고 한 게 다 장난이라고 우기기도 하는 안하무인까지.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 또 갑자기 반성잼. 거기다 수빈엄마랑 준우엄마 둘이 워맨스도 만들고 싶으셨는지, 두 가족을 엮기도 한다. 준우엄마는 18살에 준우를 낳았는데 딱 보니까 준우 아버지라는 사람은 경제적인 지원도 일체 없는 것 같고, 심지어 딴 살림에서 낳은 자식 이름을 최준우라고 지었다. 진짜 이건 무슨 밑도 끝도 없는 신파설정인지. 그런데 그 와중에 준우 엄마는 “너네 아빠 참 좋은 사람이었어”이러고 있고, 결국 마지막 주에 잘 하고 있던 가게도 망하게 만들어서 기어이 준우랑 수빈이를 찢어놓고, 준우엄마 캐릭터도 세상 무책임한 그런 엄마로 남게 했다. 초반에 엄마들 캐릭터가 강단 있고 입체적이어서 좋았는데, 갈수록 모든 캐릭터들이 힘을 잃고 그저 엔딩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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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 캐릭터를 말하자면 사연 있고 과묵한 고딩캐... 좋다 이거다. 준우 또한 작가가 만만찮게 괴롭히는 인물이다. 우선 초반에 왜 절친인 정후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어야만 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유년기의 친구의 죽음은 있을 수 있지만, 정후와 준우처럼 연대가 깊은 친구의 죽음은 청소년기를 뒤흔들만한 사건이었을 텐데도 준우는 그저 휘영이한테 주먹 한 번 휘두르고 정후에 대한 어떤 징후나 힘겨운 감정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휘영이에게 어떻게 저러지 싶을 정도로 적대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되게 서사를 짜놓았다는 거다. 정후는 불후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내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가장 절친한 친구에게 누명을 씌우고 결국 고등학교 자퇴에 이른다. 그리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단순히 ‘사연 있는’ 주인공을 만들자고 작화된 인물이라기엔 너무 기구하고 잔인하다. 드라마니까 감안하고 봐라하기엔 정후에게도 준우에게도 너무 폭력적인 설정이다. 모든 인물들이 무슨 일회용 젓가락처럼 쓰고 버려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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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는 후반부에 가서는 안쓰러울 정도로 많이 울었다. 마지막 4회 분에서는 거의 한 회에 2번씩은 감정 씬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대학 가라 그래서 울고, 준우 못 만나게 해서 울고, 엄마 아빠 이혼해서 울고, 준우 시계 사건 알고 울고, 계속 운다. 초반의 먼저 고백하던 강단 있던 수빈이는 없고 그냥 계속 우는 수빈이만 남는다. 수빈이는 굉장히 포용력 있는 캐릭터다. 처음에 준우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고 손 내밀어 준 것도 수빈이였고, 로미든, 휘영이든, 엄마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상처 주더라도 그 사람의 배경과 이유를 생각하며 오히려 웃으며 그들을 받아들이고 위로한다. 그런 아주 좋은 캐릭터였는데, 후반에 갑자기 줄리엣으로 전락하면서 아빠와 갈라선 엄마에 대한 연민과 죄책감으로 엄마와 준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빈이가 안쓰러웠다. 수빈이는 결국 그렇게 계속 울고, 수빈이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에 대해서는 그냥 뭉그적 넘어가 버리고 그냥 비련의 여주인공 한 명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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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등장인물, 그리고 연기자들을 어마어마하게 희망고문한다. 반 친구들 중 이름이 있는 조연들에게 '너희들은 이만큼의 역할을 할 거야'하고 어느 정도의 암시를 주고 설정을 줘 놓고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각 캐릭터들에게 일일이 쓸데없는 가정사에, 러브라인까지 심어놓고 하나도 제대로 실현해 주지 않는다. 규남이나 심복이 같은 아이들에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장면들만 초반에 뿌리더니 결국 그 둘은 풀샷에서나 간간히 잡히는 이름 없는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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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드라마의 모든 디테일에 하나하나 설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이거겠구나 저것은 저래서였구나 은연중에 시청자들이 알게 하는 것도 작가의 장치이고 시청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디테일들은 오히려 좋은 캐릭터를 미완성처럼 보이게 한다. 충분히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뭔가 얘기하다 만 사람처럼 되는 것이다. 의아하게 하고 마음을 찝찝하게만 하는 디테일은 좋은 디테일이 아니다. 그건 사족이고 분량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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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을 하나하나 꼽자면 너무나도 많다. 그럼에도 16부작 전부를 본방사수까지 해가며 정주행한 이유는 배우 때문이다. 김향기와 옹성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두 캐릭터도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었지만) 첫 방송부터 옹성우는 준우 같고 김향기는 수빈이 같았다. 김향기가 보여주는 과하지 않은 깊은 연기가 좋았고, 처음 보는 옹성우의 안정된 톤과 서툰 얼굴이 좋았다. 그리고 그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은 더 좋았다. 김향기의 연기는 보는 순간 정말 인상적이야! 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자꾸 곱씹게 하는 연기를 한다. 정확한 이해와 공감에서 나오는 연기인 것 같다. 김향기가 25살, 30살이 되었을 때 어떤 연기를 할 지는 정말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옹성우도 배우로서 꽃길, 돈길 걸을 게 눈에 훤할 정도로 훌륭한 첫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교복물이라는 나의 로망이 담겨있었기에 그리고 중반까지는 이제부터 이야기가 개선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이 드라마를 끝까지 놓지 못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회까지 이 드라마는 나를 너무 실망시켰다. 제일 안타까운 경우다. 캐스팅도 완벽하고 촬영, OST까지 너무 잘 빠졌는데 주요한 연출과 대본이 안 따라주는 경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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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좋은 장면들이 있었다. 처음에 준우의 이름표를 달아주는 수빈이. 쪽지에 콩알을 그려 넣던 준우. 수빈이가 처음으로 엄마와 대립하던 장면. 수빈이가 준우한테 처음으로 고백하던 장면. 수빈이와 오락하며 행복하다고 말하던 휘영이. 찬열이네 집에 모여 신나게 웃던 친구들. 롤러장에서 수빈이 손을 잡아주던 준우. 수빈이 선물을 뜯어보는 준우. 서로의 어깨에 기대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아쉬웠지만 준우와 수빈이의 이야기만큼은, 그 둘의 모습만큼은 나에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 둘의 이야기만큼은 나에겐 참 아름다워 보였다. 그냥 그 둘의 이야기로 두 인물을 너무 괴롭히지 말고 16부작을 채웠어도 충분히 좋은 드라마, 어쩌면 나의 인생 드라마까지 됐을 지도 모르겠다. 정말 안타깝다.
2학년 3반 반 친구들 문찬열, 소예, 다흰이, 필상이, 고동이, 로미 역을 맡은 배우들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 너무너무 잘했고, 배우들끼리의 합도 정말 반 친구들처럼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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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자기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모르면서 말만 늘어 놓는 건 잘못이 있다. 회수하지 못할 떡밥을 뿌려도 이건 거의 뭐 물고기들 배 뒤집고 수면 위로 떠오를 정도로 뿌렸다. 16부작 짧은 시간 속에서 낭비 된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아쉬워서 땅을 치고 싶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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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순간이 끝나고, 내 여름도 끝났다.
월요일, 화요일이 그래도 덕분에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