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a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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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onth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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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도 배웅도 없이

本 ・ 2025

平均 3.2

손금 색을 두고 왔어. 우리가 둘이서 말도 없이 얼굴 마주하며 보았던 빛깔들. 아마 지금은 한살씩 나이를 더 먹었을 거야. 번지는 게 유일한 일이었던, 오방으로 말갛게.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곳에 어떤 순서가 있다 고 믿었어. 왜 살아보면 알잖아. 과원에 드리워진 안개를 걷어내는 아침의 울림과 해변에 적힌 글자를 지우는 밀물의 운율과 끝을 본 사람들의 젖은 목청들. 모두 한 결이었지. 이 잇달음을 맥이라부르며 그리며 짚어보며 우리가놀았던 것이고. 이곳에서는 흰 것이 검은 것을 만나. 그러고는 순서도없 이 외연을 잃어버려 선들이 발을 질질 끌고 지나간 자리마 다 어제의 마디가 듬성듬성 그려져. 갖춤 없는 빛이 켜지는 것도 바로 이때야. 한쪽으로 생각을 몰아넣고 전부인 양 살아갈거야. 기다 리지 않을 거야. 마중도 배웅도 없이 들이닥치는 것들 앞에서는 그냥 양손을 보일 거야. 하나 숨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니 눈을 가까이 대고 목숨이니 사랑이니 재물이니 양명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을 필요는 없어. 이제 모두 금이 가고야 만 것들이야. 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 그간의 일을 삼일 만에 떠나보내고 세상을 끝낸 풍경의 상가. 조등 하나 걸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것들의 힘은 더 세다. 죽음이 이야기하는 삶은 한결같지만 삶이 이야기하는 죽음은 매번 다르다. 83p 끝에서 가장 먼 것은 시작이 아니라 이제 정말 끝이라고 처음 생각했던 순간이다. 84p 희롱하는 시간과 희롱에 놓인 시간. 아랑곳하지 않는 아름다운 눈들. 겨울이다. 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