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크크

크크

9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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それから

映画 ・ 2017

平均 3.5

그 후: 갈기가 빠진 수사자의 처연한 노년에 대하여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홍상수의 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김민희를 위한 영화였다면, 신작 <그 후>는 노쇠해가는 홍상수 자신의 처연한 노년에 대한 영화다. 홍상수는 그동안 베스트셀러 작가나 대학 교수, 유명 영화감독의 현재 진행형의 권력으로 등장해왔다. 하지만 <그 후>에서의 그, 봉완(권해효)는 초라하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는 반지하에 있으며, 직원은 1명만 둘 수밖에 없고, 책들은 팔리지 않아 사무실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가 직원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라곤 과거의 영광(책)을 자랑하고 나눠주는 것뿐이다. 붕완은 쇠약해져 가는 자신을 챙기는 동시에 사랑도 잃고 싶지 않아 발버둥친다. 그러나 그런 것은 불가능하기에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봉완은 비겁해져버렸다. 더 이상 젊고 힘있지 않기에 비겁할 수밖에 없어졌다. 홍상수는 그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것 같다. 봉완은 영화 내내 3명의 젊고 늙은 여자에게 들볶이고 농락당하기에 사람들을 많이 웃게 만든다. 더 이상 홍상수 영화의 여성들은 약하지 않다. 술에 쉽게 취하지도 않고 당차고 드세며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하고 거절할 줄도 안다. 봉완은 홍상수의 필모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다. 더 이상 여성을 농락할 수 없는 무력한 50대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여성들을 마음대로 농락했던 과거 작품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홍상수는 <옥희의 영화>에서 4부에서의 송교수(문성근)을 다시 소환하여 주연으로 격상시킨 셈이다. 봉완에게는 말로 지어낸 것-수상소식-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런 힘을 주지 못한다. 실체는 말로 위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쇠해져가는 그의 쇠약한 실체는 어떤 말로도 구원받을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엔딩에서의 아름과의 재회씬은 더 이상 말이 무력해진 세계로 추락한 미래의 홍상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치밀하게 언어로 여성을 파악하고 공략해왔는데 이제 그는 더 이상 언어로 파악한 여성의 실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름: 제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시죠. 그렇죠. 봉완: 죄송합니다. 기억이… 하하 말의 힘은 기억에서 온다. 더 이상 잘 기억하지 못하는 노년의 지식인은 마치 갈기가 빠져가는 수사자의 처연함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은 아마 봉완이 혼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인연을 이으려고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봉완은 과거의 봉완처럼 능숙하게 말을 다루지 못한다. 아름은 미련 없이 봉완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봉완은 반지하의 출판사에 외롭게 남아 2명의 젊은 여자를 떠나보내고 살아간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버림받을 미래의 김민희를 잔인하게 다루는 영화였다. <그 후>는 버림받을 미래의 홍상수를 잔인하게 다룬다. 그래서 우리를 웃게 만들고 슬프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