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천수경

천수경

4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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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マーフィルムにのって

映画 ・ 2020

平均 3.6

사과하지 않음의 기적 이 영화에선 모두가 영화를 찍느라 개고생하지만, 그에 대해 투정하는 사람이 없다. 노동 현장에 끌려간 인간들이 영화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실은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애들이다. 하지만 저마다 열심히 좋아하는 게 있다. 야구, 자전거, 공상과학 소설, 검도, 등. 자기들도 무언가에 마음을 쏟아본 터라, 감독을 흔쾌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맨발 감독은 계획에 없던 무리한 일정을 짜도, 우유부단해서 일정이 길어져도, 다들 피곤해서 졸고 있어도, 사과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세계에선 야구 동영상의 스윙 소리만으로 선수를 맞춰야 하는 사람도, 애매모호한 칼춤을 보고 영화 제목을 맞춰야 하는 사람도, “야 그걸 어떻게 맞춰~”라고 하지 않는다. 맞추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할 뿐. 이 영화의 인물들 사이에 전제된 ‘좋아하면 이 정도는 해야지,’의 교리는 너무나 공고해서 나는 웃다가도 눈물이 나려 했다. 제일 많이 웃은 장면들은 맨발이 잘 나가는 감독 카린을 질투하는 순간들이었다. 이따위 장면에 굳이 드론까지 써야 하냐며 맨발이 썩은 표정을 짓던 모습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순간들과 닮아있었다. 그건 바로 누군가 몇 달 만에 연락이 와서는 "요즘 그 작품이 잘 나가는 게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화병이 나려 한다,"는 심정을 토로하는 순간들이다. 듣고 있자면 한 작품이 하나의 산업을 망치고 있는 동시에 그 산업이 썩었다는 징후 그 자체이며, 그 작품과 관련된 인간들의 사고과정을 추측해보는 것만으로도 현대인의 모든 딜레마를 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혈압이 올라 있는 친구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위로는커녕 껄껄 웃게 되는데, 그 비이성적일 정도의 쌍욕과 분노는 그저 다른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애정의 방증이라서다. (공공장소에서 너무 큰 목소리로 펜트하우스의 제작비 쓰임새를 욕하던 친구들만큼은 조금 말려야 했다). 이 영화는 카린조차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로 치닫는다. 맨발의 시선을 따라가던 관객은 당연히 카린의 영화-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는 영화-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나도 로맨스물 좋아한단 말이야!”라고 외치는 블루 하와이부터 시작해서 카린 크루와의 협업, 이어서 카린의 인생 작에 눈물짓고 마는 맨발의 모습까지 보고 나면 사랑 고백으로 점철된 카린의 영화를 한 번쯤 보고 싶어진다. 나아가 이 영화야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 고백 외엔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영화’라는 것의 팬미팅 정도쯤 되는 영화다. “그 영화가 내 인생을 바꿔놨어!”라는 대사를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엔 몇몇 작품들이 인사를 하며 지나갔고, 오랜만에 내가 그것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되새겼다. 나는 중학교 때 쏘우를 너무 좋아해서 주변에 열심히 추천했다. 그러면 많은 이들이 ‘잔인한 영화는 싫어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쏘우가 줄 수 있는 엄청난 감흥은 마지막 반전 때문인데, 그걸 설명해버리면 스포가 되는 것이니 설명을 할 수는 없고, 그저 막무가내로 봐야만 알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장면이 왜 개쩌는 반전인지 설명하고 싶은데 누군가에게서 쏘우가 줄 수 있는 그 엄청난 충격의 파도를 앗아가고 싶지 않아서 쓸 수가 없다. 또, 미드 <뉴스룸>을 다섯 번 넘게 정주행했는데, 그 드라마 속 인물들을 가족처럼 사랑하게 되어서 이젠 가족을 안 보고 살 수 없듯이 앞으로도 살면서 몇 번은 더 정주행해야만 한다. 현실에선 그렇게 사명감 투철한 너드들로 이루어진 보도국이 없더라도, 그런 집단을 누군가 상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오른다. “뉴스룸 보다가 말았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남몰래 앙심을 품고 저널리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곤 한다. 그 외에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우리들>, <보이후드> 같은 영화들은 내가 그 영화들을 보고 나와서 걸었던 길거리의 습도가 생각날 정도로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혼자 말해본다. (하지만 누가 인생작 물으면 큰 고민 없이 <토이스토리> 시리즈라고 함. 가장 무난하고 거짓된 답변도 아님.) ‘좋아한다면 승부를 봐야지,’라는 이 영화의 외침은 거의 공익적이라고까지 느껴진다. 검찰의 비리를 밝혀내는 다큐멘터리나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가족 영화처럼. 한 명이라도 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정면승부하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적극 선동하는 프로파간다 영화 같달까. *생각보다 왓챠 친구들 별점이 낮은데, 혹시 이 영화 속 ‘미래에 영화가 사라진다,’는 설정에 화가 나서 그런 것일까.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한다면 이 영화에 별점 테러를 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