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김성진

김성진

4 years ago

4.5


content

셔기 베인

本 ・ 2021

平均 3.9

2022年02月21日に見ました。

최근 여러 이유로 수상작 작품들을 많이 읽었지만 실은 수상작을 골라 보거나 어떤 작품이 수상을 했나 그리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는데, 바로 부커상이다.(한 때 맨부커상이었다가 최근 다시 부커로 그 이름이 바뀐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예외를 하나 더 꼽을 수 있다면 선댄스 영화제.) 인도 출장을 계기로 찾은 화이트 타이거를 시작으로 읽게 된 부커상 수상작들은 하나같이 나의 취향이었다. 덕분에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나의 책장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프리패스 같은 것이 되었고, 셔기베인 또한 교보문고에서 보자마자 바로 나의 손으로 들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커상에 대한 나의 신뢰는 이제 신념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소설은 보기보다 텍스트가 많다. 최근 시장에 나오는 얇고 여백이 많은 한국소설들에 비하면 거의 3배 정도의 분량이다. 작가는 요령없이 성실하고 꼼꼼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여과된 추억을 덤덤하게 묘사한다. 그것은 마치 슬픔과 연민, 후회와 사랑 그리고 고독으로 가득한 바다와도 같은데 독자는 노인에게 낚인 청새치처럼 이끌리는대로 그것들을 마주보며 슬픔의 바닷속을 나아가야한다. 때로는 끔찍하고 때로는 잔인한 바다 속을 한참 끌려가다 고개를 들면 우유를 너무 많이 탄 듯한 홍차같은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기분, 고독의 망망대해 어딘가에 표류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시공간은 다르겠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던 독자라면 끝까지 읽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작가의 자서전이라고 할만큼 자세하고 섬세한 이야기들이 겹치고 겹쳐져 셔기베인라는 한 명의 인물이 완성된다. 마치 옥상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에 연석이 닳고 닳아 결국 맨들맨들하고 깊게 패이듯이, 셔기베인의 정체성은 그렇게 형성되고 만들어진다. 나를 무너뜨렸던 장면은 후반부에 결국 쫓겨난 셔기가 릭을 찾아나서는 장면인데, 택시비가 없던 셔기가 가난과 멸시의 틈바구니에서 터득한 방법으로 바깥 세상에 대처하는데,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작가는 언제나 그렇듯 덤덤하게 마치 남의 것처럼 이야기한다. 소설의 마지막은 스코틀랜드 어딘가에 아직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마치 셔기가 성장한 것처럼 그려지지만 사실 시간상 가장 마지막 장면은 첫번째 챕터로, 셔기의 몸을 탐하는 자에게 몇 푼 얻어내려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장면이다. 셔기를 둘러싼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16살의 셔기는 홀로 그 최전선에서 맨 몸뚱이로 버텨야할 뿐이다. 혹자는 여기서 절망을 볼 수도 있고 인간의 잔인함을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읽는 내내 사랑이 충만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셔기를 16년 동안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셔기의 안과 밖을 향하는 사랑이고 인간에 대한 희망이지 않을까. 모순되지만 셔기가 조그마한 손 끝에 한줌의 희망을 들고 비틀비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먹먹한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