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민

두 마리를 위한 뜰
平均 4.1
우이람은 수년 전 카펠라에 닥쳤던 대학살의 생존자이자 외뿔이라는 이유로 카펠라에서 추방된 산양이다. 사티는 자신의 무능함으로 약혼자 마야를 붉은늑대 발다트에게 빼앗긴 회색늑대다. 이들은 대학살과 이종의 침략으로부터 '생존'한 이들이다. 하지만 우이람은 고통을 피해 차라리 자신이 죽겠다고 한다면, 사티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되갚아주겠다고 한다. 이들의 가치관은 계속 충돌한다. 12화에서 사티는 희생과 생존의 가치를 강조하는 주변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살아서 무엇하나? 단순히 살아있기에(생존) 얻어지는 가치란 무엇인가? 그러나 그는 우이람을 만나 변한다. 사티는 '우이람, 죽는 거 관두면 안 돼?'라고 묻는다. 생존에 회의적이었던, 그래서 목숨을 건 복수에 매달렸던 사티는 우이람을 만나 점차 변한다. 89화에서 마야는 재회한 사티에게 '지나온 것들은 그렇게 지나온 것' '지금의 우리는 결국 지금 이 순간의 것' '무너지지 말고 지금을 살아내자.'라고 말한다. 사티는 그런 마야에게 '너는 왜 살기를 선택했지? 함께 살고 함께 죽자는 약속을 무엇이 단념하게 했지?'라고 되묻는다. 마야는 발다트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메넨카를 이유로 든다. 한편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을 접은 우이람은 자신의 여정 속에서 '복수는 결코 치유도 해소도 아니다'라고 결론 짓는다. 내가 겪은 고통을 되돌려주겠다는 복수가 아니라 모두가 그런 고통을 더이상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연민과 애정. 우이람이 찾아낸, 사티를 설득한 삶의 의미는 거기에 있다. 생존은 이미 벌어졌다. 그렇다면 생존 이후를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어떤 가치를 좇을 것인가? 문화 콘텐츠가 다뤄야할 서사는 이제 생존 이후를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