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챠정리몬함

오르부아르
平均 3.9
도입부터 애국주의와 군위계질서에 대해 뻥뻥 까대면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전쟁에서 돌아와 후유증에 시달리는 두 인물과, 거미줄처럼 엉킨 각종 주변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사고를 서술한다. 전쟁직후 프랑스 사회가 일반병사출신의 전역자들에게 얼마나 시궁창처럼 대했는지, 노동가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사람은 가차없이 거리로 떨궈버리는 관료체제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시장체제에 경도된 인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없애 버릴 수 있는 지를 묘사하고 있다. 물론 대놓고 대작스멜 풀풀 풍기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 국가-자본주의 문제를 다뤘으나 그 뿌리깊은 모순까지는 드러내지 못했다고 할까나. 하지만 콩쿠르상을 타기에는 충분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프랑스 1차세계대전 직후 사회의 모순을 드러냈다는 점(5월혁명,2차세계대전 이전의 프랑스는 민중들을 멸시하고 부르주아적 허위에 싸여 있었으나... 다른 문제 때문에 바이마르 공화국이 더 주목되었다), 그 당시 사회가 시장주의와 국가주의에 경도된 지금과 너무도 닮았다는 점, 그 측면을 서술함으로 우리사회가 점차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한국독자인 내 입장에서, 이 소설에 묘사된 옛 오류투성이 프랑스 사회와 대한민국이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걸 통감했다. ㅡ 유머스런 문체를 가지고 있으나, 내용은 정말로 착잡하다. 그 착잡함은 소설이 끝난 뒤에도 여운으로 남는다. 사실 우리사회를 묘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전에 어떤 칼럼을 통해서 우리나라 산재사망률이 이라크전 당시 미군 사망률보다 많다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다. 시장논리의 비합리성은 우리사회 전체를 비극으로 몰아넣는다.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난 사태가 4.16과 최순실 게이트이고. 헌데 이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제시해야할 정부, 특히 행정부의 행보는 어처구니가 없다. 정말 어의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우리는 착잡하지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기실 로크에게서 철학적 정당화를 얻은 자유주의가 진정한 민주정에 어울리는 체제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소유권과 소극적 자유를 기본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미 소유를 하지 못한자들은 도태되어야하는 사회를 그린거나 마찬가지다. 자유주의철학 자체만으로는 시장자유주의의 독주를 제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한다. 꼭 사회주의적인 계획경제가 아니라 하더라도(그러나 이 방법은 무시할 수만은 없는 대안이다) 일터민주주의라든지 하는 노동자의 일터 내부적인 권리 확대화가 이루어져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부나 행정부가 정말 가만히 있는 경우, 사망자들은 증가할 것이며, 반체제적인 사람들(마치 오르부아르의 두 주인공처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체제적인 폭력적 인간은 체제에 대한 복수심에 의해 탄생한다. ㅡ 700페이지에 육박하지만 금방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