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비밀정원'은 형제가 모두 사랑했던 여인이 다시 돌아오며 과거의 기억들과 진실들을 모두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예지원이라는 나름 네임 밸류 있는 배우를 내세우며 에로틱 스릴러인 듯한 느낌을 풍긴 이 영화를 보며, 처음에는 실망감이, 그 실망감은 점차 절망감으로 변하며 견디기 힘든 관람을 경험했다.
우선 포스터가 암시하는 것과 달리, 영화는 그렇게 에로틱하지도 스릴있지도 않다 (15세 관람가를 보고 눈치챘어야 했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막상 풀어야할 미스터리도 없고, '명탐정 코난' 에피소드에서 뒷부분 코난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부분만 있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단조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단조로운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선 연출적으로는 인물들 간의 사랑이나 흠모의 관계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미술과 소품에는 나름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극의 전개나 인물들의 심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 보인다. 시종일관 분위기는 세상 진지하고 무겁지만, 그 진중한 분위기를 지탱할 만한 극적 긴장감과 빌드업은 없다. 대사들은 김기덕도 한 수 접을 정도의 어색한 문어체로 가득차있다. 거기에 더해 음성비서 AI만도 못한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과 딱딱하고 표정과 몸짓 연기까지 합쳐지니 맨정신으로는 보기 힘든 정도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끝을 알리는 프리즈 프레임이 등장한 순간이었으며, 나는 정말 도망치듯이 상영관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