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정말 황홀한 영화다. 지금이 두 번째 감상인데, 첫 번째에서 놓친 장면들이 생각보다 존나 많은 것이 역시 영화는 두 번 이상 봐야 된다는 게 맞는 말이다. 영화에 대해 느낀 모든 것을 기록해놓고 싶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모든 생각과 좋았던 장면들을 모두 메모했고 정리해서 나중에라도 이때의 감흥을 일부나마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먼저 영화의 전체적인 특징을 개괄하고 큰 덩어리가 되는 도시에서의 이야기나 특정 상황의 분석을 나중에 내가 보기 쉽게 번호를 매겨서 정리하려고 한다. . . . [Um Filme Falado] 는 공존과 조화, 평등, 확장과 축소에 관한 영화이다. 어머니인 ‘로사 마리아’와 딸인 ‘마리아 조아나’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하여 배를 타고 여행하는데 많은 도시와 유적지들을 둘러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단 영화를 영상문법적인 특징과 언어적인 특징으로 크게 나눠서 살펴볼 수 있는데, 먼저 영상에 관해서 보면 첫째로 이 작품에선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유적지나 풍경, 사물을 볼 때 유적지를 담은 쇼트(로사와 마리아의 시점쇼트라고 볼 수 있다)를 먼저 보여준 후에 두 모녀를 비춰준다. 적어도 유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시작할 때부터의 쇼트는 거의 다 유적지를 비추고 있다. 이것을 영화 속에서 볼 때 당시의 느낌으로는 조아나가 유적지등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로 도시나 상황이 옮겨질 때 일정하게 보여주는 쇼트가 있는데, 바다를 거침없이 가르는 뱃머리의 밑부분을 부감숏으로 비추는 것이다. 이것은 두 모녀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 계속된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결말에서 이뤄질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미있고 중요한 삽입쇼트이다. 셋째로 도시를 옮겨갈 때 항상 여러 사람들이 타는 장면을 비중 있게 표현한다. 이것은 모녀가 타고 있는 배는 모든 것이 모여드는 우주의 축소판이 된다는 걸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녀가 이동할 때나 가만히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은 모녀가 이동하는 방향이나 배치된 방향과 동일하게 수평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것은 또한 공존과 조화, 평등을 나타내는 하나의 중요한 표현방법일 것이다. 하나 더 보충하고 싶은게 있는데 영화에서 로사와 마리아를 비출때 대부분 미디움쇼트로 중심에 두거나 클로즈업을 하는 장면이 많다. 그만큼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싶어하는 감독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 . . 언어적인 특징은 인물들의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쇼트 하나하나와 시퀀스 구성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일정한 패턴이 있으며 말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담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발언을 잘 살펴보고 시퀀스 안에서의 논리적인 구조나 영화 전체의 논리를 생각해 보면 대사의 배열이나 단어의 선택과 논리전개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다. 각 시퀀스의 말들은 모두 모여서 중후반부 이후의 상황을 뒷받침해 주며, 어떠한 일련의 대화는 그 대화 자체가 확장성과 조화로운 측면을 보이면서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 . . 이어지는 내용에서 시퀀스의 시작은 도시를 비추는 쇼트를 기준으로 삼고 끝은 일부 예외를 빼고는 도시에서의 마지막 쇼트를 기준으로 한다. 선착장에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것이나 배가 바다에서 나아가는 것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설명하지 않았다. . . 1. 도입부 . . . 첫 쇼트는 항구의 사람들이 배를 탄 지인들을 배웅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쇼트는 두 모녀이다.(개인적으로 두 쇼트의 순서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신적인 두 사람이 바라보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사람들을 비춰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음 쇼트는 서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배가 항구를 떠나며 항구의 건물들을 비추고(시점쇼트) 두 모녀를 미디움쇼트로 잡아주고, 다음 씬에서는 마찬가지로 유적지를 비추고(시점쇼트) 다시 두 모녀를 비추는 구성을 이어간다. . . . 그리고 처음 시퀀스에는 큰 바다를 보여주는 쇼트가 있다. 앞으로 넓은 세계로 나아갈 여정을 보여주는데, 여기에서 인상적인 점이 배가 망망대해를 수평선과 평행으로 항해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화를 관통하는 논리중 하나인 평등과 공존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 . 근데 하나 의문점이 있는 것이 있는데 처음에 화면에 각인된 자막을 보면 여정 도중에 아버지를 만난다고 쓰여있다고 자막을 넣어놨다. 하지만 영어로 얘기하는 장면의 번역을 보면 도저히 비싼 돈 주고 산 제품임에도 오역과 건너뛰는 번역이 존나 많아서 신뢰가 안 가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해석하는 데 있어서 아버지를 만난다는 한 문장이 큰 의미가 있고 납득이 가기 때문에 제대로된 번역이라고 인정하고 영화를 감상하는 게 좋을 듯 싶다. . . . 2. 마르세유 . . . 첫째 여행지이다. 이 시퀀스의 첫 시작은 도시의 일부(우주를 압축한 것)을 비춘 쇼트(이 때는 아이레벨쇼트로 촬영했다)를 놓고 그 사이를 두 모녀가 수직으로 (시청자와 마주보며) 관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리아의 신이 되기 위한 수행과정을 전체적으로 개괄하는 쇼트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씬에서 두명은 어부를 만나는데, 이때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튀어나온다. 강아지 한 마리가 자기 몸보다 백배는 큰 어선을 얇은 줄 하나로 버티며 선착장에 안착시키려 끌어당기는 모습인데, 이것은 마리아 조아나에 대한 ‘아버지‘(신)의 기대와 앞으로의 역할을 암시하는 중요한 쇼트이다. 이어지는 씬에서는 로사 마리아가 어부와 대화할 때 마리아 조아나와 강아지가 계속 붙어있으면서 친밀감을 드러내고 아이가 쪼그려 앉아서 개와 같은 눈높이로 동일시되는 것으로 앞의 쇼트를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다. . . . 다음 씬의 첫 쇼트는 거꾸로 비춰진 바닥에 놓인 기념석 위로(프레임 상에서 기념석은 중앙에, 마리아 조아나는 프레임의 상단에 위치하여 발목만 보인다.) 마리아 조아나가 위치하고 로사 마리아가 프레임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빙 돌아서 딸과 나란히 선다. 이 쇼트가 의미 있는 것이 로사 마리아가 가만히 있는 딸에게 가는데, 확장을 상징하는 기념석을 빙 돌아 감싸안으며 딸에게 가는 것은 로사 마리아의 영화 속에서의 역할을 드러내는 중요한 쇼트이기 때문이다. . . . 다음 쇼트에서는 모녀가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있고 로사 마리아의 설명이 이어진다.(바닥의 기념석은 그리스인들이 바르세유에 상륙한 것을 기록하는 비석으로 다른 나라에 문명을 전파했다는 걸 뜻한다는 것) 그리고 둘이 손을 잡고 한 순간에 프레임 밖으로 퇴장하면서 확장의 특성을 기록한 기념석이 프레임을 가득 채운다. 프레임을 가득 채웠던 모녀를 통해서 그들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이어지는 기념석 클로즈업으로 영화의 주제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쇼트이다. . . . 2. 폼페이 . . . 이 시퀀스에서도 마르세유와 비슷하게 도시 전경을 비춘 쇼트(부감쇼트로 촬영)후에 택시의 창문에 비친 도시의 일부분(건물)을 모녀가 관통하는(이때는 시청자와 마주보지 않고 등지며) 것으로 시작한다. . . . 그리고 한 가지 좋았던 씬이 있는데, 한 성을 비추는 상태에서 택시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들어오고 택시에서 내린 모녀가 특정한 성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쇼트를 보여주고 이어지는 쇼트에서 앞에 모녀가 도시를 관통했다는 구도 그대로 택시로 돌아오며 창에 도시의 일부가 담긴 채로 택시가 출발한 후에(압축된 우주가 모녀와 겹쳐지며 마리아에게 흡수되는걸 느낄 수 있는 쇼트) 언급했던 성이 드러난다. 시퀀스의 시작부터 봤을 때 압축-확장-압축-확장이 이루어진 환상적인 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때 성을 비춘 쇼트에서는 저 멀리 바다를 같이 잡아주며 성을 왼쪽 끝에 배치시켰는데, 이것은 성이 중요하지 않고 바다(세계)의 중요성을 부각한 훌륭한 쇼트이다. . . . 3. 아테네 . . . 이번에서 마찬가지로 아크로폴리스와 산 천제를(앙각쇼트로 촬영했다는게 앞과 다른 점) 비추고 범위를 좁혀나간다. 이 시퀀스에서도 환상적인 씬이 두가지 있다. . . . 첫째는 유적을 전체적으로 비추는 쇼트 뒤에 아크로폴리스를 좌측에 배치한 앙각쇼트에서 두 모녀가 프레임 중앙에서 시청자와 등지고 앞으로 나아가며 점점 작아지면서 프레임 아래로 사라지는 것이다. 프레임 밖의 큰 세계로 나아가는 인상적인 쇼트이다. . . . 둘째는 랍비의 설명을 들으며 지식을 습득한 모녀가 자리를 옮겨간 것을 비춘 쇼트인데, 도시 전경을 찍은 것 앞에 모녀가 나란히 있는(도시를 바라보며) 구도를 만든 것이다. 이걸 보면 마치 두 사람이 도시 전체(온 우주)를 포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다음에 공연장을 비춘 쇼트 다음에 도시 전경을 다시 보여주는 씬인데 이것은 영화의 확장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 . 아테네 시퀀스의 마지막 쇼트는 배가 끝없는 바다를 항해하며 멀어지는 장면인데 역시나 큰 세상을 향한 확장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 쇼트가 앞이나 뒤에 나올 배 관련 쇼트와 다른 것은 배의 진로가 수평선과 평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마리아 조아나가 로사 마리아의 가르침 덕분에 점차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 . 4. 이스탄불 . . . 첫 쇼트는 역시 바다와 공존하는 도시의 전경을 보여주고(2개의 쇼트로 나누어 촬영했음) 이어지는 쇼트는 마치 지상에서의 트래킹 쇼트처럼 항구와 가까워지는 배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인데 별것 아님에도 마음에 들었던 쇼트이다. . . . 한편 이 시퀀스에는 아주아주 특별한 비꼼이 있다.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을 밖에서 바라보고(시점쇼트이며 앙각) 모녀를 미디움쇼트로 잡는 것은 앞의 논리와 맞지만, 성당 내에서는 쇼트순서가 역전되어 모녀가 성당 내부를 바라본 후에(그러니까 두 인물이 어딘가를 바라보는 쇼트 이후에) 시점쇼트(성당내부를 바라보는 것)가 자리한다는 것이다. 뭐든지 받아들이기만 했던 마리아 조아나가 성당 내부에서는 반대로 신에 대한 경외심을 표출한 쇼트배열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씬에서는 바닥에 그려진 십자가들을 마리아 조아나가 발로 밟아서 완전히 겹쳐지는 쇼트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성당 내에서 한 명의 신으로서 그녀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쇼트라고 보았다. . . . 이 시퀀스의 마무리는 이스탄불을 아래에 위치시키고 바다(우주)를 상부에 배치하여 떠나가는 배를 보여주는 쇼트로 마무리 했는데, 이걸 보고 이제는 어머니의 지도하에 배움의 깊이가 깊어진 마리아 조아나의 상태를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쇼트는 시퀀스 초반부 쇼트가 바다와 도시를 같이 비춘 것과 상응하는 것이며 이때 여객선의 진행 방향은 프레임 밑 선분과 평행하다. 앞서 나온 바다를 여객선이 지나는 쇼트도 한 가지 예외(아테네를 떠나는 것)을 제외하면 프레임 밑 선분과 평행한데(이스탄불때 말고 다른 쇼트에서의 수평선과도 평행) 이것도 일관된 논리가 엿보여 좋았다. . . . 5. 이집트 . . . 큰 도시를 보여주던 일관성이 깨져서 영화의 전체적인 논리가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다.(첫 쇼트가 스핑크스임) 하지만 스핑크스 쇼트 다음에 앞서 아테네에서 인상깊었던 도시를 포용하는 구도의 쇼트로 전환되어 마음에 들었다. (모녀가 프레임 하단에 위치하고 그 뒤로 스핑크스, 이집트의 상징인 피라미드들이 있다.) . . . 그리고 재미있는 씬이 나온다. 포르투갈 배우 ‘루이스 미구엘’ 이 모녀에게 동행을 요청하자 로사 마리아는 머뭇거리며 거절하지만, 마리아 조아가나 선뜻 수락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간 사건으로 이제까지의 성장이 의미있었음을 보여준다. . . . 그 다음 씬은 배우가 묵는 호텔로 간다. 여기에서도 쇼트배열의 역전이 있었다. 티비에서 많이 봤던 딱정벌레 유물을 보는 씬인데, 이스탄불에서 성당 내부에서의 씬과 마찬가지로 쇼트의 순서가 모녀의 모습 -> 유물 로 바뀐 것이다. 여기의 딱정벌레는 이집트에서 태양의 상징으로 신으로 추앙받았다고 한다. 새벽에 땅밖으로 올라온 딱정벌레(신)는 태양을 쬐고 밤이되면 지하로 나려가서 망자(세상, 우주)에게 빛을 전한다. 수직적인 구조가 저절로 연상되는데 신성함을 나타내고 있어서 이스탄불에서처럼 순서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 . . 그 다음 쇼트에서는 호텔 안에 있는 푸른색 드레스를 보는 세명을 담고 있다. 이집트에서 퍼런색은 진실을 뜻하는 색으로 여겼다고 한다.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것은 그 의상이 거울을 통해서 우리눈에 비취진다는 점이다. 거울은 본래 좌우가 바뀌어 보이는 것인데 진실이 좌우가 바뀌면 어쩌라는 것일까? 형태와 무관한 진실의 순수성을 나타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진실이 왜곡된 현실을 나타내고 싶었던 걸까. . . . 시퀀스의 마지막쇼트는 밤을 무대로 달리는 배를 보여주는데 위에서 말한 거울속 진실에 대한 가정에서 후자의 견해를 따르자면 배 외부의 세상의 부정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위에서 배는 작은 우주와 같다고 가정하였다. 이때의 작은 우주란 마리아 조아나의 세계와 같다.) . . . 6. 배 속의 이야기 . . . 거쳐온 도시를 담은 배는 이제 작고도 큰 세계이다.(마리아 조아나가 관장하는 세계) 그 중에서 시퀀스의 초반에 조명되는 선장이 앉은 탁자는 배라는 세계의 또다른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탁자의 사람들은 서로 각자 사용하는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바고 각자의 발언을 모두 이해하는 기적을 보여주는데 이는 마리아 조아나의 우주 속에서 이뤄진 소통과 공존을 뜻한다. . . . 그리고 이때 이들의 대화소재는 처음에는 개인 위주였다가 점차 인간과 철학에 대한 주제로 범주가 넓어지고 과거, 현재, 동서양이 통합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더하여 탁자의 대화를 그리는 쇼트들은 인물의 시점과 같은 높이로 유지하고 사방에서 카메라가 공평하게 인물들을 담아내면서 평등, 공존, 조화를 얘기하고 있다. . . . 다음 씬에서는 또 재밌는 대화가 있다. 갑판에서 로사마리아와 선장의 대화내용중에 선장이 로사에게 “선장은 승객을 보면 국적을 알 수 있는데 당신의 국적은 알 수 없군요.” 라는 문장이다. 이 대사는 영화속에서 처음으로 언어로 표현된 두 모녀의 존재감이다. 신은 특정 국적이 없는 것이다. . , . 7. 아덴(예맨의 도시) . . . 로사 마리아의 설명에 따르면 아덴은 인도로 가는 중요한 거점이라고 한다. 이 씬이 영화의 종반부에 나온 것을 볼 때 여기서 인도가 의미하는 것은 극락(천국, 유토피아 등등)이다. 특정 장소로 가는 길목이라는 설정에 맞게 이 씬(사실 하나의 롱테이크로 이루어졌다.)은 아덴의 시장골목 한 곳만을 비추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마리아 조아나는 골목의 가게에서 전통의상을 구입해서 입게 되고 선장은 마리아에게 줄 선물을 산다.} . . . 마지막 쇼트가 눈에 띄는데 이집트 시퀀스의 마지막 쇼트와 마찬가지로 깜깜한 바다를 달리는 배로 끝맺었다는 게 인상적이다. 이러한 연출이 두 번이나 반복되었다는 것은 앞서 진실에 대한 가정중에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경우이다. 마리아가 배운 모든 것이 담겨있는 배 이외의 세상은 어두컴컴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이 결말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 . 8. 다시 배 속의 상황임 . . . 첫 씬에서 살펴볼 게 두가지가 있다. 일단 첫째로 인형의 동선이다. 이 시퀀스에서는 마리아와 로사도 예의 탁자에 합석하게 된다. 이때 마리아 조아나는 천국(다른말로 신으로서의 수행을 끝마친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으로 가는 길목에서 산 전통의상을 입고 있고, 선장은 마리아에게 선물로 인형을 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탁자는 뱃속의 소우주라고 할 때 선장이 준 인형은 세계의 모든 것이 담긴 결집체라고 할 수 있다.(이 말을 뒷받침 할 근거는 탁자에 있던 인물들이 인형을 모두 한 번씩 만지고 마리아 조아나에게 주었다는 것.) 로사 마리아와 다니면서 습득한 세계의 추상적인 지식들이 비로소 사물로서 실제로 구현된 것이다. 이렇게 실체화된 인형의 존재는 마리아 조아나의 만물에 대한 이해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 . . 둘째는 마리아 조아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된 모습이다. 특이하게도 탁자의 인물들은 포르투갈어를 못 알아먹는 것이다. 이것은 천상계의 언어와 세상의 상식이 들어맞지 않아 생긴 일로 볼 수 있으며, 로사 마리아는 마리아 조아나(신) 과 일반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에 영어를 구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선장은 포르투갈 언어를 조금 구사할줄 안다고 하였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니까 영화에서 배의 역할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마리아를 모든 면에서 이끄는 사람은 로사 마리아이다. 하지만 배를 따고 이동해야 한다는 특성상 이 여정에서 선장의 역할도 중대하기에 천상계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급수가 딸리는 선장이 포르투갈어를 불완전하게 구사하는 것도 완벽한 설정중 하나일 것이다. . . 다음 씬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층을 관통하는 엄청난 씬이다. 이레네 파파스가 ‘Neranzoula’ 라는 곡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노래의 시작은 프레임이 탁자 하나로 한정되어 있지만, 점점 만찬장 전체로 (온 우주 즉 탁자의 소우주가 만찬장으로 확대됨) 범위가 커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은 위에 길게 씨부려놓은 쇼트배열이나 각본의 구조 등 모든 것을 담아낸 걸작이다. . . . 9 마지막 에필로그 . . . 엔딩 시퀀스는 배에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탈출하는 것인데 방에 왔던 모녀는 마리아가 인형을 놓고 탈출하는 바람에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인형을 갖고 나오게 된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객실이 밑에 있고 인형을 같고 계단을 걸어서 위로 올라간다는 건데 결말과 이어져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다. 인형을 가져오느라 늦어서 배는 두 사람을 태운 채로 폭발하게 된다. 인형을 가지고 완전히 성숙한 마리아 조아나는 폭발과 동시에 어두컴컴한 바깥세상을 밝게 밝히며(실제로 마지막쇼트는 밝게 빛나는 광경을 쳐다보는 선장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거임) 온 우주에 공존과 조화, 평등의 개념을 확장시킨다. 그리고 처음에 말한 아버지를 만난다는 것이 이 폭발과 관련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마리아처럼 큰 우주를 관리하는 신이라 한다면 일련의 수행을 마치고 폭발로 승화하며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 . . 10. 결론 . . . 이처럼 이 영화는 다소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보통 영화들이나 소설 희극이 처음-전개-절정-결말 이렇게 상승 하강곡선을 취하는 것과 달리 [토킹 픽처]는 서론인 도입부가 있고 마르세유부터 이집트까지 병렬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다. 비슷한 논리를 변주하여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뱃속의 중요한 시퀀스가 있고 각본상에서 연결다리가 되는 아덴에서의 쇼트가 이어지며, 결말부로 나아간다.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자면 . . . . .. |●| .. |●| ●-|●| - ● - ● - ● - ● .... |●| ... .|●| . . . 이러한 십자가 모양이다.(짝대기 그은 부분은 5개가 묶음으로 병렬관계라는 뜻임) 쓰고보니까 구조가 이렇게 되는 것도 마리아 조아나(신)을 나타내는 십자가로 나타나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반부의 시퀀스와 이후 병렬구조에서 압축과 확장이 공존하며 나타나고, 평등과 조화를 지향하는 쇼트들이 다수 보인다. . . . 그리고 저 십자가 모양을 마리아와 로사가 관통하며 세상의 정수를 흡수(압축)하고 후반부의 결말 시퀀스에서 한 번에 폭발(확장)시켜서 온 우주를 아우르는 형태를 보인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영상에 의한 영화의 구조는 위와 같이 십자가 형태지만, 마리아와 로사의 이야기는 흡사 시퀀스의 마지막에 자주 보여주던 뱃머리의 질주처럼 일직선으로 영화의 보이지 않는 층들을 수직으로 꿰뚫으며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마리아의 특수성을 잘 드러내면서 영화의 주제와도 맞아떨어져서 아주 좋았다. . . . 한편 서론에서 언급한 뱃머리를 부감숏으로 클로즈업 한 쇼트는 저 십자가 구조에서 병렬구조에 주로 나타난 특징으로(병렬 구조에서도 후반부에는 클로즈업 쇼트가 나오지 않는다) 이후에 배를 비출 때는 멀리서 커다란 바다와 같이 담아서 보여준다. 이 또한 확장의 논리에 맞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 . .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영화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단순함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를 볼 때 영상 자체에서 정신적으로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토킹 픽처]는 뭔가 감독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장면이 많이 보여서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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