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기 때문에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담배 한 번 안 피웠지만 폐암으로 죽는 사람도 있다. 이토록 인생은 죽는 순간까지도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우리네 삶이라고 별반 다르겠으랴. 한 평생을 같이 살았어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며, 죽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있을 땐 미처 알지 못 했던 혹은 알아볼 생각조차 안 했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가까울 수록 솔직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비밀을 6피트 아래에 고이 묻어둔 채 장례를 치르며 살아간다.
반면에 누군가의 죽음은 그 동안 솔직하지 못 했던 사람들이 진심을 터놓고 변화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역시나 살아있을 땐 불가능 했던 일이다.
피셔가에 장례를 의뢰하는 가족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어떻게 우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지? 그런데, 그 ‘이런 일’이라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아이러니 속에서 살았으면서 죽을 때 만큼은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평온하게 죽길 바라는 게 진짜 아이러니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