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백_

백_

7 years ago

3.5


content

캣콜링

本 ・ 2018

平均 3.6

최승자의 시가 절규였다면 이소호의 시는 비명이다. 이소호 시에는 경진이라는 화자와 대상이 등장한다. 특이한 것은 이 경진이라는 대상이 화자와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가해자면서 동시에 피해자로 읽히는, 때문에 시집의 앞부터 다시 ‘경진이’를 탐구해내야 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이되는 폭력의 과정을 읽어내는 맥락에서 다소 의미를 갖는다. 비명이 남기는 음성의 반향이 폭력의 순간을 재현시킨다는 점에서 이소호의 시는 비명에 가깝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속에서의 할머니-엄마-나와 동생(경진과 시진)은 마치 지붕(루프, 이 지붕의 주인은 ‘아버지’이다)을 타고 내려오는 비처럼 동일한 경로를 타고 추락한다. 이때 추락한다는 의미는 경진이 후벼파듯 그려내는 연필로 그린 점, 혹은 마침표, 시의 표현에 따르면 엄마의 얼굴을 덮는 복점, 초상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의미다. 들뢰즈의 검은 점-눈과 이소호의 시에 나타나는 점-얼굴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어떻게 이 시집을 해석해야 할까. 거듭 읽어야 알 수 있겠지만 난 이소호의 다음 시집이 벌써 궁금하다. 그녀가 그리는 너머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