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센의 칼'은 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착취를 당하는 여인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영화다. 현직 경찰 공무원이 연출했다는 특이사항이 있는 영화지만, 안타깝게도 그 특이사항은 단점이 된 듯하다. 이 영화는 제노포비아를 바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고, 거기에 여성들도 착취당하는 노동 현장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 가야할 중요한 사안들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이를 너무 극단적이고 자극적으로 접근한다. 선악구도를 바탕으로 굳이 세세하게 묘사할 필요가 없는 불편한 장면들을 전시하는 것부터 해서 거의 폭력으로 밖에 점칠된 이야기는 뭔가 과하게 느껴진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폭력성과 자극성을 정당화하는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과거를 알려주는 플래시백 씬들의 타이밍은 계속 뭔가 어긋나있는 느낌이 들며, 여러모로 이야기들과 캐릭터들과 영화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다 뒤죽박죽 정돈이 안 된 상태로 섞인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결국 인물들이 너무 일차원적으로 그려지거나 동기나 성격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배우들의 연기까지 대체로 어설프니 몰입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