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라씨에이

라씨에이

3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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鹿の王 ユナと約束の旅

映画 ・ 2021

平均 2.9

7.2/신비롭고도 정겨우며 아름답기 그지없는 걸출한 표현과 이런 장점을 끊임없이 갉아먹는 지루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단점을 어느정도 만회해주는 엔딩 크래딧 영상의 수훈. / 엔딩곡의 신비롭고도 아련한 느낌과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영상이 참으로 잘 어울려서 영화의 끝인상은 좋게 남길 수 있었음. 솔직히 내내 지들끼리만 심각한 채로 질질 끄는 느낌이 강했던 2시간 가량의 본편보다도 막판 조화롭고 아름답게 펼쳐진 몇 분 간의 엔딩 크래딧 영상이 훨씬 좋았음. 순전히 엔딩 크래딧 영상 덕분에 내 기준 별점이 반 개 더 올라갔을 정도임. / 이국적이고 이색적이면서도 부드럽고 정겨운 느낌을 풍겨주는 표현들이 참 좋았음. 또한 기본적으론 너무 화려하지 않게 절제하는 편이지만, 필요할 땐 얼마든지 몰아치기도 함. 미차르가 사람들을 덮칠 때나 반에게서 초월적인 힘이 발현될 때 등의 표현 외에는 대체로 일상적인 모습들 위주로 흘러가는데, 이 중에서도 반과 유나가 마을에 정착해가는 과정을 그렸을 때가 절제돼 있으면서도 이국적이고, 부드럽고, 정겨워서 가장 편안하고 인상적이었음. / 오프닝의 내레이션을 주의깊게 듣지 않아서인지 중반부까지도 이야기가 헷갈려서 좀 혼란스러웠음. 츠오르와 아카파 간의 관계, 역병 미차르에 대한 설정 등이 대표적으로 그러했고, 개인적으로 초반에 아카파와 츠오르를 제대로 구분해두질 않은 탓에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는 반과 유나부터 해서 반의 몸에서 항체를 얻어야 한다며 애타게 찾아헤매놓고 다짜고짜 죽이려 드는 모습도 처음엔 어리둥절했고, 계속 황제의 행차인지 뭔지를 언급하는 것도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건지 파악이 잘 안 됐음. 그밖에도 특별취급 받는 듯한 화마의 마을, 들개의 왕이니, 사슴의 왕이니 하는 거창한 전설들이나 외뿔 기사단이니 하는 반의 과거 서사 등등의 되게 장대하고 심각해 보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워낙에 진지한 톤을 유지하며 심심하게 흘러가는 통에 별로 관심이 동하질 않았음. 시청각적인 표현을 제외하고는 이야기에서 매력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비장하고 심오해 보일 정도로 자기들끼리만 심각하게 떠들고 있는 느낌이었음. 부분부분 화자의 역할을 하는 의사 훗사르의 이야기도 진정성 있게 다뤄진 캐릭터 자체는 매력있었고, 츠오르 및 아카파 간의 관계와도 꽤 밀접하게 연관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겉도는 느낌이 들었음. / 들개들과 함께 퍼져나가는 전염병 미치르의 묘사가 마치 <모노노케 히메> 속 재앙신이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의 미미즈와 유사한 느낌이었음. 굳이 따지자면 그것들보다는 좀 더 순하고 묽은 느낌이긴 했으나, 어쨌든 평화로운 풍경에 스며드는 이질적인 질감의 무언가라는 점에서 꽤 위협적으로 느껴지긴 했음. / 영화 속 츠오르 및 아카파 쪽의 의상 및 생활양식 등의 묘사가 되게 독특했음. 여러 이국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었는데, 생각보다 되게 조화롭게 섞여있었음. 중세 유럽의 클래식함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몽골 등의 유목민족에게서 나타나는 거칠고도 신비로운 느낌 또한 있었고, 지브리에서 다루는 전통적인 일본풍의 느낌도 살짝 감돌았으며, 차크라 같은 걸 떠올리게 하는 훗사르의 의술에 대한 묘사에선 인도 쪽의 분위기도 종종 풍겨왔음.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세계관 내부의 정치 및 이해관계, 역사 등은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적어도 문화나 생활상처럼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한 묘사 등은 대단히 흥미로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