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딱 예상한대로 처참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신세계> 혹은 <불한당>의 짝퉁 버전 망작. 그나마 조금이라도 눈에 들어온 배우 조재윤의 이미지 변신이 유일한 믿을 구석이라는 게 애석할 지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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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정진운이 조직에 잠입하기로 결정하고서 팀원들과 함께 경찰은 어쩌고하며 각오를 다지는 장면은 겁나 뜬금없고 오글거렸음. 시작한지 얼마나 됐으며, 인물들에 대해서 딱히 뭔가를 보여주지도 않았면서 갑자기 감정잡고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이렇게 쭉 경솔하고 뜬금포스럽게 중구난방식으로 흘러가겠구나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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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란 신분과 조직에 잠입해 쌓은 우정 사이에서 딜레마를 느끼고 갈등하는 주인공의 그림을 원했겠지만, 그 둘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무책임하게 생략해 버리는 바람에 둘은 어느새 말도 편하게 하고 형동생 할 만큼 친해져있음. 근데 또 그렇다고 해서 무슨 둘 사이의 의리나 우정 같은 게 쌓였다는 느낌은 없음. 그렇다보니 당연히 목숨까지 거는 둘의 우정과 의리가 납득도 잘 안 되고 막판의 짧은 감정선도 몰입이 불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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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이 사실 경찰에게 조직의 비리를 제보한 인물이었다는 안물안궁 뜬금포 반전을 뭘 그리도 장황하게 설명하는지;;; 극 중간에 무슨 단서라도 흘린 거면 모르겠는데, 막판에 그냥 짠하고 밝힌 허접한 반전이 무슨 극의 중대한 포인트라도 되는 것마냥 질질 끌어가며 설명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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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액션은 좀 볼 만할 줄 알았는데, 액션마저도 영 별로였음. 초반부터 언뜻 현란해 보이는 카메라워크와 편집으로 액션을 구사하는데, 이게 현란함의 영역이 아닌 정신산만함 쪽에 훨씬 더 가까워서 멋은 커녕 그냥 정신없을 뿐이었음. 화면에 보이는 게 누가 누굴 때리는 순간 같은 게 아닌 허우적거리는 신체부위들 뿐이라 액션을 보고있다는 느낌이 그닥 들질 않았음. 이후로 간간이 펼쳐지는 액션들도 초반의 퀄리티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라 처참한 이야기에 이어 볼거리마저도 영 부실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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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상영관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격음 등의 사운드가 쓸데없이 요란하고 음악엔 잡음 같은 것도 살짝 섞여있는 듯해서 보는 내내 귀가 꾸준히 좀 괴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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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경찰 및 공무원들과 연줄도 닿아있고, 때문에 경찰들도 잡아넣기 어려워하며, 마약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몇 백억 규모의 돈을 주무르는 거물급 조직인데, 실제 눈에 보이는 묘사가 영 초라하고 조악하기 짝이 없음.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폼이나 잡고 조직원도 겁나 적음. 잠입하기도 개쉽고. 현실적인 제작 여건의 한계를 고려해 봐도 고민한 흔적이 거의 안 느껴지고, 그냥 너무 멋대가리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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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어설프거나 오글거리거나 배역과 잘 안 어울리는 어색한 연기들이 판치는 가운데, 조재윤 배우의 고군분투가 그나마 돋보였음. 수많은 영화에서 선굵은 조연으로 등장해서 친근한 배우인데, 대부분 가볍고 야비하고 촐싹대는 류의 이미지로 나오는 편이라 당연히 여기서도 비슷할 줄 알았음. 근데 예상밖의 의리 있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냈음. 이 정도면 나름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이라 봐도 될 것 같음. 더불어 워낙 전반적으로 연기들이 하향평준화 돼있는 편이라 그나마 믿을 구석으로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기도 했음. 반면 조재윤과 함께 투톱 주연을 맡은 정진운은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음. 배우로서 자신만의 개성이나 매력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기본적인 연기력마저도 아쉬운 수준임. 연기에 정식으로 도전하는 거면 아마도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었을 테지만, 아이돌 출신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주인공까지 맡을 기회는 절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돼서 참 아이러니함. 하여간 조재윤이 열심히 끌어올려준 몰입을 정진운을 비롯한 대다수 조연 및 단역들의 어설픈 연기력이 갉아먹은 모양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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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로 나오는 노수산나 배우 묘하게 신혜선 배우랑 닮은 꼴임. 외모도 좀 비슷한 것 같고, 무엇보다 특유의 착착 감기는 딕션이 상당히 유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