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천수경

천수경

4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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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牛

映画 ・ 2021

平均 3.7

소는 알았을까. 소 젖을 짜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그 영문을 알았을까. 고작 무얼 위해 자신의 생이 낭비되는지. 그걸 알았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을까. 놀라기도 전에 체념했을까. 혼자 격리되어 착취될 때보다 어딘가로 이송될 때 다른 소들의 살결에 닿는 느낌이 더 좋았을까. 더 좋다는 게 뭔지 알았을까. 초원에서 풀을 뜯을 때 햇살과 바람이 좋았을까. 그제야 자신은 그런 순간을 위해 태어난 거라고 느꼈을까. 밤하늘 아래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들을 때, 구름 너머 우주의 존재를 알았을까. 카메라 너머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칠 걸 알았을까. 자신의 생을 담은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들이 박수 칠 걸 알았을까. 나는 모른다. 소가 뭘 알았을지, 걔는 뭐가 좋았을지, 뭐가 비참했을지. 나는 영화관이 추워서 가디건을 챙겨 입었다.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영화 속 “착하지, 조금만 참아.” “와우, 암컷이야!” “원래는 안 이랬는데 얘가 무척 방어적이네,” 와 같은 인간의 대사들이 무서웠다. 사실 역겨웠지만 내가 그들을 역겨워할 자격은 없었다. 그래서 무서웠는데, 그보다 무서운 건 영화를 볼수록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어졌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 (나와 영화제에 함께 온) 빛나가 햇살을 맞으며 센텀시티의 강을 바라보던 예쁜 눈동자와 소의 까만 눈동자가 똑같이 아름다웠다. 소들이 자꾸 태어나고 자꾸 임신한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빛나와 멀어졌다. 역시 이 감독은 영화를 무진장 잘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이따가 친구들을 만나서 이 말을 어떤 표정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