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신

ストーンウォール
平均 3.4
들릴 때까지, 보일 때까지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어쨌든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감상은 감동적이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아쉬웠던 부분은 다 차치하고, 좋았던 부분만 이야기 해보자. ‘레이’ 역을 연기한 조니 뷰챔프라는 배우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필모그래피를 찾아봤는데 경력이 거의 없어서 놀라웠다. 얼굴 골격도 아름답고 눈썹이 특히 너무 예쁘다. 외모가 개성 있어서 좋은데 아마 너무 개성 있어서 다양한 배역을 맡긴 어려울 거 같기도 하고...아무튼 다른 영화를 통해서도 또 보고 싶다. 스톤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잘 몰랐는데 영화를 통해 새로이 배우게 됐다. 보면서 중간중간 호모포비아적인 장면과 대사가 나올 때마다 속에서 열불 터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더) 그래도 지금은 인식이 많이 좋아졌구나 싶었다. 그 시대에 게이로 살아야 했던 이들의 아픔과 기쁨과 성취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한꺼번에 보고 있으려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참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이하 스포 있음) 사전에 이 영화를 보며 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소문난 찔찔이답게) 눈물 포인트가 어디에 있을까 긴장하며 봤는데, 눈물이 나올 거 같았던 장면이 두 번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울진 않았다. 스톤월에서 시위와 싸움이 벌어졌을 때,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한 줄로 주르륵 어깨동무 하고 서서는 다리를 앞으로 번갈아 뻗는 춤을 추며 노래를 하면서 앞으로 전진하는데, 그 장면에서 울컥했다. 분명 그들도 두려울 것이다. 왜 두렵지 않겠는가. 다칠지도 모르고 크게는 죽을지도 모른다. 경찰에 잡혀 가거나 어떤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고, 그 와중에도 노래하고 춤춘다. ‘Gay’의 사전적 의미 중 ‘즐거운’이란 의미가 있다. 현실은 음울하고 암울하지만 그들은 당당함을 잃지 않고 즐겁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 모습에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두 번째로 울컥했던 장면은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었다. ‘대니’가 친구들과 퍼레이드에서 행진할 때 정말로 그를 보러 온 동생과 심지어 그 옆엔 엄마까지! 부모님의 인정이 없어 특히 더 힘들어 했던 ‘대니’에게 얼마나 한결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었을까. 아빠가 아직 ‘대니’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아쉽지만, 차근차근 서서히 달라지고 발전해 가는 세상처럼, 아빠도 곧 그리 되리라 믿고 싶다. 청춘이라 불안하고, 정체성 때문에 혼란하다. 하지만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고, 세상 앞에 자신을 드러낸다. 내가 ‘나’임을 감추지 않는다는 건 인간으로 살면서 얼마나 중요하고 존엄한 일인가. ‘대니’와 그 친구들의 용기 있는 모습에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적이었다. 곱게 말해선 듣질 않고, 앞에 있어도 외면하고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 들으니, 소리 치고, 외치고, 펼쳐서 보여줄 수밖에. 온건한 방식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가려 했던 ‘트레버’와 그의 모임이 주장하는 바도 뭔지는 알겠으나, 주류는 비주류가 뭐라고 하는지 관심도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히나 다양성이 인정받기 힘들었던 그 시대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그들을 드러내는 방식이 비록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이었다지만, 때로 세상은, 한 번 ‘악’ 하고 질러줘야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니 한 번 시원하게 작살내는 거지, 뭐. 시위나 퍼레이드에 참여한 게이들의 대부분이 남성인 점이 아쉽긴 했다. 여성 캐릭터도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현대에도 미디어에서 여성 동성애자보다 남성 동성애자를 더 쉽게 다루고 보여준다. 남자 동성애자도 차별 및 핍박받고 당당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여성 동성애자는 오죽했을까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이 놈의 여권은 언제 동등한 수준까지 신장되나 싶다. 마지막으로 여담인데, ‘트레버’ 보면서 참 낯익다, 저 사람을 내가 어디서 봤지, 싶었는데...다 보고 나서 같이 본 친구랑 얘기하면서 나중에야 그 사람이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인 걸 알았다! 아니, 머리 기르고 그렇게 꾸며 놓으니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 역시 배우들의 변신이란! 또 ‘대니’의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코치님은 보면서 낯익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미드 <미디엄(고스트 앤 크라임)>에 나오는 형사님! 진짜 재밌게 본 좋아하는 미드인데...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그래도 이 배우는 얼굴 바로 알아봤다. 2019.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