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めぐり逢い(1957)
平均 3.7
2023年01月15日に見ました。
어쩌면 스크루볼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야말로 숏-역숏의 밀도가 가장 높은 장르 아닐까. '케미'라는 흔한 표현처럼 두 사람이 부딪히고 내던지는 대사, 시선, 표정들이 쉽게 분해되지 않은 채 미묘하고 복잡하고, 또 아름답다. 서로 유머러스한 대화만 나눠도 은근한 기세들이 담기고, 다툴 때조차 단순히 미움만 자리하진 않는 것처럼 언뜻 단조롭게 이어 붙는 두 사람 간 숏과 역숏 사이에서도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피어난다. 이 분야 최고는 하워드 혹스나 에른스트 루비치가 아닐까 싶지만, <러브 어페어>가 그려내는 '화학 반응'도 정말 풍요롭고 매혹적이다. 이를 테면 (마치 프레임 같기도 한) 창문을 사이에 둔 채 담배 케이스를 가지고 나누는 (섹슈얼한 농담이 담긴) 첫 만남의 대화, 하선을 기다리며 서로의 연인을 앞에 둔 채로 (무성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말없이 주고받는 니키와 테리의 눈빛 대화 숏-역숏들, 그리고 테리 집에서의 마지막 시퀀스. 서 있는 니키와 반쯤 누워 있는 테리라는 대조적인 구도,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는 니키의 거짓말 덕에 서로의 입장을 뒤바꾼 채로 짐짓 모른 척 나누는 대화처럼 조형적, 내용적으로 충돌하는 와중에 흔들리는 감정들의 숏-역숏이 부단히 부딪힌다. 그러다 마침내 니키가 테리의 방을 확인하는 순간. 대개의 경우라면, 니키의 반응을 포착하곤 그의 시선 방향에 있을 그림을 비추며 숏-역숏을 만들 텐데, <러브 어페어>는 역숏을 대신해 패닝으로 거울 속에 비친 그림을 슬쩍 보여준다. 그리곤 다시 니키를 따라나가며 테리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패닝을 통해 똑같이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숏이 괜히 하나 느는 걸 막음으로써 리듬을 해치지 않는 경제적인 순간이기도 할 테지만, 감정적인 호흡을 잃지 않는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다. 특히 테리에게로 시선을 옮길 때조차도, 처음엔 트래킹으로 니키를 따라가다, 마치 히치콕 <로프>의 컷마냥, 니키의 등으로 카메라를 일부 가린 다음 테리로 넘어가 비추는 터라 어쩐지 숏을 나눈 듯한 느낌을 준다. 요컨대 니키에서 테리로 이어지는 감정적인 호흡을 유지하는 한편, 니키의 (감정) 숏에 대응하는 역숏은 역시 테리라 말하는 것만 같은 카메라와 숏의 연쇄가 유독 낭만적이고 좋았다. 그러고 보면, 좀 더 도식적으로 밀어붙이면, 이 시퀀스에서 니키와 테리는 각각 방문자와 거주자이자 화가와 모델이라는 위상을 갖는데,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대응하고 감응하는 위치인 셈. 더욱이, 마치 영화 중반부 테리가 (니키 할머니의 반주에 맞춰) 선물했던 노래에 대한 반응 숏으로 니키의 그림이 자리한 듯한, 예술의 케미마저도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