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천수경

천수경

1 year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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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n the Big City (英題)

テレビ ・ 2024

平均 3.7

미애와 영이가 서로의 이상한 연애를 한심하게 여기는 대목에서 눈물이 터졌다. 서로를 놀리는 순간이 끝나는 즉시 이해의 순간에, 의심할 필요도 없는 응원의 순간에 도달하는 풍경이 이렇게까지 울 일인가. 5년 전 소설을 읽을 때는 다른 장면에서 울컥했던 것 같은데. 쟤들은 왜 저렇게 연애를 주구장창 하나, 우리는 다들 어떤 공허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나, 조금 더 잘 알게 된 지금 나는 저 우정이 새로이 애틋하다. 사랑을 꿈꾸지 않고선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찾은 게 기적이다. 이런 게 운명이다 우리가 만난 게, 천둥벌거숭이들아. 누군가 이상한 연애를 할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잃었고. 이상한 연애가 끝나면 서로를 배로 되찾았다. 결론적으로 서로를 점점 더 많이 갖게 되던 그런 시절. 요즘은 내 친구들이 이상한 연애를 안 한다. 그 사실을 남몰래 아쉬워한다. 우리는 헛헛한 마음을 잘 다스리는 어른들이 되었고, 웬만큼 심란할 땐 사람 말고 다른 걸로 채울 줄 안다. 대견하게. 그런데 미애와 영이를 보면서는 그런 능력을 좀 잃고 싶어진다. 품위를 지키는 비법들을 잊고 싶어진다. 어쩔 수 없이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고 뻔뻔하게 위로까지 받고 싶어진다. 마음을 주는 건 잘못이 아닌데. 자꾸만 탓했다. 응답받지 못할 마음을 주고 서러워한 내 멍청함을. 나를 탓하기가 싫어진 후엔 그의 외로움을 탓했다. 그에겐 내가 채워주지 못할 특정 외로움이 있었을 거라고. 너무 복잡하고 독특한 모양인 그 외로움을 채워줄 방법은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몰랐을 테니. 내가 추방당한 건 공정하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희망을 품었던 시간은, 바보 같은 그런 시간은 잊으면 그만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그 바보 같은 시간도 소중해졌다. 거짓에 기반한 희망도 그 자체로 진실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것이 낳은 열정과 선의는 순수했다고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자존심을 다 버리고 그날 밤 거기에 서 있던 마음은 불경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제는 안다. 내가 그럴 수 있도록 진실에 씌워진 악의적인 장막에 지금은 감사하다. 그런 기억이 왜 힘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몇 번 자고 즐거운 대화를 몇 번 나눈 걸로, 밤새 그 길을 걷고 싶다고 함께 호들갑 떨었던 걸로 너를 0순위에 두었던 일도 뒤늦게 뿌듯하다.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시치미 떼던 네 모습에 비참했던 시간도 이젠 소중하다. 이렇게 된 게 어이가 없어서 꼭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 쓸데없는 얘기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밤에 잠이 안 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영이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어이없는 마음을 이해받고 싶었을까. 영아, 언제나 지금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쓰면서 지내길.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는 거 방금 알게 되었는데, 저 제목에 반기를 들지 않은 모든 이들이 부끄럽길 바란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부커상 후보에 오른 소설집이다. 수상까지 이어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포함해서 한국 문학 중에 딱 다섯 작품만이 가닿은 성취다. 작가와 문학 독자들, 문학 업계 전반을 개무시하지 않고선 저딴 제목을 구상할 수 없다. 도시남녀가 뭐냐;; 젠더 이분법 오진 걸 떠나서 그냥 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