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エミリア・ペレス
平均 3.0
2024年10月05日に見ました。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정말 장르의 장인이라는 걸 또 다시 체감했다. 익숙한 (할리우드) 장르를 가져오면서도 색다르게 조립한다. 지금껏 본 감독의 영화들을 생각하면 변칙적인 장르성이 늘 매혹해왔다. <예언자>처럼 기이한 에너지를 내뿜기도 하고,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처럼 불균질함이 외려 감각적이기도 하다. 때론 <러스트 앤 본>처럼 그 과잉된 감각을 이용해 익숙한 드라마의 감성을 환기하는가 하면, 혹은 <시스터스 브라더스>마냥 단순한 재조합을 넘어 대안적 관습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처럼도 보인다. '난민'이라는 정치적인 소재를 의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조금 아쉽고 의아했던 <디판>조차도 장르의 변칙 자체는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갱스터와 뮤지컬이 뒤섞인 <에밀리아 페레즈>도 마찬가지다. 트렌스젠더라는 소재처럼 그야말로 trans-한, 과감하고 도발적인 감각 가운데, 장르의 (불협)화음이 거친 활력을 노래한다. 이미 <어둠 속의 댄서>나 <아네트> 같은 영화도 있긴 하지만, "진지하고 비극적인 주제는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게 낫다"는 감독의 말마따나 마치 뮤지컬의 낭만성을 비웃는 듯한 벌레스크적인 스타일이 강렬하다. 폭력과 성(섹스), 노래와 안무의 공존. "가슴 성형", "질 성형"과 같은 가사를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방콕 병원 장면은 흡사 블랙 유머스러운데다, 부패한 정치인들을 향해 노래하는 리타의 독무 장면은 (비록 유치할 정도로 노골적이지만) 정말 하이라이트에 가까워 보인다. 개인적으론, 춤과 노래가 없긴 했어도, 에밀리아를 구출하고자 무장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총기의 둔탁한 사운드로 만들어내던 리드미컬함이 인상적이었다. 이같이 영화를 이끄는 두 테마, 폭력과 성이, 숨기고 감췄지만 다시금 드러나고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치를 이루는 접근이 흥미로웠다.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폭력적인 남성성"이나 "가부장적 관행"은 비단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뿌리 깊은 본성의 문제이자 개인을 넘어선 구조적인 문제인지도 모른다. "성별을 바꾸어도 본성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던 의사의 말. 사회에 대한 비판, 동시에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비극을 비관하면서도 어느 정체성으로 번민하는 한 실존을 향해서는 연민하고 애도한다. 에밀리아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속죄에 실패한 범죄자이면서도, 미래를 바꾸고자 대속을 행하다 간 성인이 되기도 하는 엔딩은 먹먹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더욱이 감독의 이전 작품들처럼 타자 간 유대 내지 연대로 나아가는 풍경도 아름답다. 다만 뮤지컬의 드라마적 한계라고는 할지라도 사회 문제나 성 정체성의 문제가 사려 깊게 다뤄졌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장르적 감각 위에 내려앉는 어떤 정체성의 문제는 감독 특유의 화두와도 같은 것일 텐데도 <에밀리아 페레즈>는 지나치게 단순하게 느껴진다. 여성 연대라는 풍경을 원해서인지, 남성성과 폭력성이 사실상 등치되는 듯한 영화에서는 (리타와 의사 간의 스코어가 무색하게) 성 정체성이 그다지 복잡하지도 미묘하지도 않다. 과감하게 요동치는, 정제되지 않아 오히려 매혹적인 장르적 감각에 비해 내용과 전개는 상당히 평면적이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이처럼 놀라운 장르의 스펙터클을 선보이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야말로 할리우드 고전적 전통을, 그것도 할리우드의 바깥에서, 가장 활발하고도 현대적으로 이어가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