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왕'은 14세기 일본에서 노와 비파의 대가의 만남에 대한 유아사 마사아키의 애니메이션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유아사 마사아키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유아사 마사아키의 매력은 폭이 넓은 작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처럼 굉장히 귀엽고 색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침몰'에서처럼 잔혹하고 어두운 스타일도 가능하다. 공통적으로 그의 거친 작화 스타일과 선들을 통해 그는 인물들의 모형을 자유롭게 왜곡시키고 변형시키며 그들의 동작과 심리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비전을 가진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 유아사 마사아키의 매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연출이 돋보인다. 노래와 함께 진행되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액션을 동적이고 다채롭게 그리며, 판타지에서 호러의 영역까지도 하는 그의 연출 폭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전통 악극인 노에 대해서, 그리고 일본의 중세 역사에 대해서 무지해서인지 이 이야기와 인물들의 감정들을 따라가기 상당히 힘들었다. 또한, 전통 음악을 락과 퓨전해서 좀 더 현대적인 사운드를 내려고 한 점은 컨셉으로는 괜찮아보이지만 막상 들어보니 뭔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영화를 보면서 비주얼에는 감탄을 했지만 영화의 알멩이에는 몰입이 안 돼서 많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