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O

랩 걸
平均 3.8
여느 가정집처럼 우리집 베란다엔 화분이 줄지어 서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익숙한 풍경이라 그다지 신기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대체 식물이 왜 좋아?” 몇십 년을 아무런 의구심없이 살다가 갑자기 궁금했졌다. 내겐 다 똑같이 생긴 푸른 잎파리들일 뿐인데.. 길을 걷다가 눈에 띄지도 않을 작은 꽃이 피어있으면 저것 좀 보라며 어린 소녀처럼 눈을 반짝이는 엄마가 참 신기했다. 세상에 재밌고 신기한 게 천지인데 고작 푸른 잎파리 따위에 관심을 두는 것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식물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렀다. 내가 나인 게 참 싫어서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던 어느 날, 갑자기 작은 화분을 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화분 안에 작은 꽃이 날 위로해줄 수도 있겠다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집에 데리고 왔다. 뭔가를 돌보고 보살피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내가 이 꽃을 잘 길러낼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몇 달 살고 지겠지’ 생각했는데 이 꽃은 놀랍게도 계절마다 새롭게 꽃을 피며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식물이란 생명을 너무 하찮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고작 푸른 잎파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삼 얼마나 위대한 지를 깨닫는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다니 말이다. 자연 앞에서 한낱 인간인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을 놓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