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정환

정환

4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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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画 ・ 2012

平均 3.7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한 우리에게, 사랑과 죽음을 비롯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은 죽음을 향했고, 그런 죽음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되물을 때,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두 세계의 경계를 지우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치며 남긴 나의 흔적들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은 채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들이 일단 다리를 건너자, 그때 유령들이 다가왔다.” 영화 노스페라투 속 구절이 나오자, 이 영화가 지칭한 밤의 유령들은 누구인가에 절로 집중했던 것 같다. 영화를 다 본 지금 나는 물었다. 유령은 과연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연극과 영화, 꿈과 현실이 혼재한 듯한 모호한 경계에서 나는 이보다 그의 세계가 집대성한 신비함까지 목격했음에도 제목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며 내게 단언했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라는 말에 몇 가지 단어를 더 추가하겠다. 우리는 아직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것들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사랑과 죽음만이 내 삶의 가장 큰 미스터리를 차지한다고 할 때, 우리는 아직 이 사랑과 죽음의 끝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왜 이리도 사랑과 죽음에 집착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궁금함의 출처는 두려움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선물이자 비극임과 동시에 분명하게 내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것이 아님을 바라는 마음까지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데모 영상을 보며, 옛 기억들이 다시 생각이 난 듯, 천천히 그때 그 기억을 더듬으며 대사를 영상 속 배우와 함께 읊조리던 사람들의 공간은 어느새 현실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제3의 공간들로 바뀌어있었다. 타인이자 현실이 아닌 삶을 연기하는 사람과 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헌신하는 예술의 영역과 흔히 실제라고 말하는 나머지 이외의 삶의 영역이 어느새 모호해져 버린 이들에게는 예술의 정체성과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을 함께 얻게 된다. 영상이 끝나자 죽은 유령이 다가왔다. 단순하게 가상의 이야기를 연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한낱 과거라는 같은 시간을 함께한 이들에게 다시금 잠재되어 있던 그때의 순간들이 서서히 깨어날 때, 연극 에우리디스가 그들 각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절실히 깨달았다. 살아있는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로 내려간 것으로 아내를 되살렸듯 앙트완의 첫 번째 죽음으로 연극을 되살린 셈이다. 연극 속 이야기엔 죽음과 사랑이 가득했다. 영상과 이야기 속 젊은 이와 그 젊었던 순간을 지나와 죽음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늙은 배우가 두 세계의 경계를 허문다. 죽음마저 두렵지 않은 듯, 사랑에 미쳤던 젊은 생의 과거와 생의 절반을 지나 어느덧 죽음에 더 가까워진 지금의 이들이다. 과거와 현재라는 경계는 물론, 연극과 영화, 영화와 현실, 현실과 배역의 경계마저 무너뜨리니 이는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경계를 대범하게 지워버린 것이 아닌, 애당초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겐 진짜였을 것이라 말한다. 오르페우스는 두 번째 죽음으로 에우리디스와의 사랑이 완성되었고, 앙트완의 두 번째 죽음으로 모든 이들의 연극은 영원해졌다. 내가 가상의 인물들의 가짜의 삶을 연기한다고 한들, 그를 연기한 나의 삶은 진짜가 맞지 않겠는가. 영상을 보고 있던 이들이 그 영상 속 이들에게 소리치던 것처럼,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이건, 상영되고 있는 영화 속에 모습을 비추던 이 둘 사이 간극의 차이를 그저 프레임으로만 영화라는 모호한 예술을 규정할 수 없듯이. 내가 다른 삶을 연기했고 다른 삶을 창조했던 일들은 진실로서의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영화는 그저 기록이 아닌 또 다른 내 삶의 영역이 되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한 우리에게, 사랑과 죽음을 비롯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남자가 건네는 하나의 위로였다.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 말아라. 삶의 방향은 죽음을 향했고, 죽음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되물을 때, 두 세계의 경계를 지우는 일들은 내가 이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그토록 몸부림쳤던 이 흔적마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은 채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무언가에 미쳤던 내가 이 세상을 향해 남겼던 나의 무수한 흔적들이 이 세상에 사라지지 않게끔, 나와 다른 것들을 경계 짓는 일 대신에 경계를 무너뜨리자고. 그런 경계들 사이에서 나의 의지와 행동들이 이 세계가 한 덩어리가 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