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의 개념 해체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드라마 속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여성성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해할 순 있다. 평생을 외면에 의해 규정되고 차별과 비난을 받아온 그들에겐 여성성이야말로 ‘진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선천적인 (생물학적으로서의) 여성의 삶을 살아본 적 없듯이 나 역시 성소수자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POSE>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PC를 이유로 약자들의 현실을 전시하는 데 그치거나 불필요하게 소모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성소수자로서 겪는 고난과 시련보다는 그들의 일과 사랑, 가족 등 개인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나는 드라마 초반부에 무의식적으로 타자화했던 인물들에게 어느 순간 공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차별과 편견은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관망하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라이언 머피는 영리하고 재능있고 윤리적인 연출자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