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혁짱

달리는 말
平均 4.0
진짜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데, 좋은 부분과 안 좋은 부분들이 자꾸 경쟁하듯 소리를 지른다 이걸 정리해보자면, 👍: 미시마 유키오가 끝까지 파고드는 가치, 이누마를 통해 드러나는 "일본적인 것". (새벽의 사원에서 이는 더 구체적으로 언어화된다) 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행동과 관념 사이에서 망설이는 미시마의 작가적 고뇌는 여기에 잘 묻어난다. 이와 관련된 부분을 읽을 때 느껴지는 재미는 상당하다! 👎: 소설적 구조가 상당히 빈약해졌음을 느낀다. 금각사에서 보여주었던 서스펜스와 감정선은 다 어디로 가고, 여기서는 그냥 유혈이 낭자한 할복쇼를 선보인다. 주특기인 아름다운 묘사는 현학적인 개념과 설명을 계속 도입하면서 하여금 그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누마의 감정도 '일본적인 것'에 너무도 경도된 탓에 예측 가능하고 평평해진다. 모든 것들이 예상이 가는데 더 읽을 필요가 있나? 표현이 좋게 다가오지도 않는데? 시리즈의 전체 맥락을 따라가기 위해 꾸역꾸역 읽었는데, 한 작품으로 오롯이 정립되지 못하고 시리즈의 부속품으로 치환되는 작품들에는 여전히 큰 반감이 생긴다. 나는 어째 미시마 유키오가 싫진 않다. 그는 너무 웃기고, 투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솔직한 작가 정신을 지닌 사람에게 나는 항상 끌린다. 어쩌면 내가 그럴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신념(비록 그것이 그릇되었을 지라도)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그 극치를 적어 내려가는 작가 정신을 지녔다. 소설을 읽으며 많이 웃었다. 그의 에세이를 읽고 읽으니 더욱 웃기다. 다만 그 웃음은 비웃음에 가까웠으며, 이 소설의 구성적 빈약함을 떨쳐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좀 거짓말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소설은 너무도 미시마 유키오 같아서, 대부분의 것들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소설 속 인물과 작가가 전혀 분리되지 않은 채... 허구적인 설정만을 도입하여 달려 나간 것. 그것이 이 소설에게 느껴진 반감의 가장 근원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유키오의 사상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니며, 만일 프루스트가 이렇게 소설을 썼더라도 똑같은 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이런 소설을 쓸 리가 없다...) + 일본에서 읽어서 좋았고, 일본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더욱 촉진시켜 주었다. 일본은 정말이지 흥미로운 나라다. ++ 미시마 유키오와 탐미주의 문학? 모르겠다. 모든 작가가 문학적 아름다움을 숭상하게 되지 않나? 미시마 유키오는 적어도 문학의 아름다움보다는 사상의 고결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기에, 문학적 아름다움을 이 시리즈에서 찾아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오랜만에 턱턱 걸리는 글을 읽게 되어 생경한 마음이다. 문학을 읽어나가는 새로운 분기점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