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깃발 없는 기수>와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 사이에는 하명중의 얼굴을 빌린 '망령'이 존재한다. 그 '망령'의 정체가 궁금하다. 하명중이라는 얼굴의 기호가 한국영화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하명중의 미소 한번에 영화가 함께 일그러지기 시작하는데 이건 신성일도, 김희라도, 안성기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마 하명중을 '왕가위'의 영화에 집어넣었더라도 이 미소와 함께 영화가 소용돌이로 휘말리는 걸 막지 못 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신성일과 안성기 '사이'에 위치한 배우. 하명중은 적어도, 한석규나 하정우보다 더 위대한 영화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