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HBJ

HBJ

6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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ライトハウス

映画 ・ 2019

平均 3.6

'더 라이트하우스'는 19세기 말에 등대에 일하게 된 젊은이와 늙고 권위적인 등대지기가 섬 밖으로 못 나가게 되며 다같이 미쳐가는 이야기다.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로 2019년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로 꼽힌 영화라 상당히 큰 기대를 가지며 이 영화를 학수고대 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선 극장에 안 걸리게 된 이 영화를 집에서 봐서 그런지 좋았던 부분들도 많았지만 뭔가 기대에 못 미친 찝찝함이 들었다. 이 영화의 연출은 정말 최고 수준이다. 영상과 음향과 음악만으로도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들의 서서한 광기와 두려움이 빚어내는 등대 섬의 더럽고 어둡고 부패한 지형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끊임없이 나오는 고동 소리 같은 소음, 파도와 폭풍우 소리, 그리고 인물들의 광기와 고조되는 음악으로도 불쾌한 소름을 돋게 하지만, 그 표현의 절정은 영상미에 있었다. 1.19:1이라는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굉장히 좁은 화면 비율을 가진 이 영화는 좁은 섬과 좁은 집에 갇힌 두 인물을 프레임 안에 시각적으로 가두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물들을 숏에 담으면 주변 환경이 별로 안 보이는 답답한 구도들이 많기 때문에 관객도 함께 인물들과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등대라는 주 소재 자체의 높이와 수직성을 부각시키기에도 좋은 화면 비율이었다. 여기에 흑백 영화라는 점까지 더해 이 영화는 이야기의 시대에 맞는 듯한 고전적이고 빈티지한 느낌을 설정한다. 그 안에서 촬영감독 야린 블라시케는 조명을 굉장히 영리하고 인상적으로 사용하며 어둡고 칙칙하면서도 더럽고 습한 환경을 그려낸다. 하얗고 밝으면서도 키가 큰 등대와 퀴퀴한 집을 대비하는 것부터 해서, 프레임마다 광원을 한 두개로 한정시키며 집 안에 있는 작은 등대들을 통해 인물들을 의심과 시기와 광기로 몰고 가는 맥거핀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밝은 빛보다는 그 빛이 만들어내는 어둡고 거대한 그림자를 부각시키는 구도들까지,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다. 이 영화의 모든 공포감과 불쾌함은 거의 영상과 음향의 조화만으로 만들어낸 현상이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최고였다. 로버트 패틴슨은 이제 비슷한 세대 중 거의 최고의 배우로 꼽힐 정도로 연기력이나 필모그래피가 탄탄한 배우인데 여기서도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윌렘 데포였다. 로버트 패틴슨의 캐릭터는 이야기가 전개되며 계속 나락으로 빠지고 감추고 있던 어두움을 계속 드러내는 변화하는 인물이었다면, 윌렘 데포는 그 이야기의 중심을 계속 잡아주는 닻 같은 역할을 맡았다. 안정적으로 위협적이고 폭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이성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절대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등대지기 캐릭터의 복잡한 이면을 완벽히 보여줬다. 이야기 자체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완전한 고립과 계속되는 폭력과 압박 속에서 어두운 과거와 욕망에 잠식되는 이야기의 방향성은 괜찮았지만, 그 여정에 완전히 동참할 수 있을 정도로 인물들에 몰입하진 못했다. 비슷한 류라고 생각하는 '유전'이나 '미드소마' 같은 영화들에서는 인물들의 정신적 나락과 영화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다 느꼈는데, 이 영화는 그 영화들에 비해 주인공을 잘 설명해주지 않고 너무 빨리 갈등 구도와 내리막길로 빠뜨려버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