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버자이너 문화사』, 10년 만의 재출간!
왜 지금 “여성 성기”인가?
나의 몸을 긍정하는 “바디 페미니즘”이 온다
1920년대 미국의 한 전도사는 설교를 하기 전에 여성들에게 다리를 꼬아달라고 부탁했다. 여성들이 치마를 정리하고 다리를 꼬자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형제들이여. 이제 지옥의 문이 닫혔으니 설교를 시작하겠습니다.”
여성의 성기는 수천 년간 금기의 대상이었고, 그것을 알맞은 용어로 지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아래쪽’, ‘거기’ 등의 비유적 표현들이 사용되어왔다. ‘버자이너(vagina)’라는 단어는 낯선 외래어이며, ‘보지’라는 우리의 지칭어도 여전히 어둠 속의 단어이다. 프로이트는 여성의 성기를 ‘어두운 대륙’이라 불렀고, 온갖 해악과 질병이 나왔다는 판도라의 ‘상자’는 여러 언어에서 ‘질’을 지칭하는 속어로 쓰인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였고, 2007년 출간된 『버자이너 문화사: 교양과 문화로 읽는 여성 성기의 모든 것』은 ‘여성 성기’라는 금기를 깨고자 하는 시도였다. 책은 여성 성기의 구조와 기능, 처녀성, 프로이트, 생식, 클리토리스 절제(할례), 자궁, 바이브레이터, 여성성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숭배 등에 대한 내용과 함께 정조대, 처녀성 검사와 같은 세계의 문화적 풍습을 소개하며, 부정과 금기·억압의 대상이었던 ‘버자이너’와 오르가슴, 불감증, G스팟 따위의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의학·신화·소설·그림·역사 등을 총동원해 과학적이고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정밀하게 분석했다. “성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낯부끄럽지 않은 오늘날도 절대로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배우”, 여성 성기를 주인공의 자리에 올렸던 이 책이 10년이 지나, 『마이 버자이너: 세상의 기원, 내 몸 안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2015년과 2016년, 여성혐오 범죄와 논쟁에 상처받았던 한국 여성들은 대중적인 저항의 언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이 버자이너』는 1차적인 저항을 끝낸 여성들이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다. 억압적으로 성장한 자신의 몸을 다르게 바라보고 해방시키는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책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칭하지 않더라도 내 몸의 주인이고자 하는, 그러나 어디에서도 ‘여자의 몸’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본디 양장본이던 것을 무선으로 제작하였으며, 정가도 2만 2,000원에서 1만 6,000원으로 대폭 낮추었다. “가장 강렬한 형태의 숭배는 스스로 자신의 사랑스러운 육체를 받드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의 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이를 ‘긍정’하는 ‘바디 페미니즘’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페미니스트 성性과학자 옐토 드렌스와
김명남 번역가의 만남!
역설적이게도 이토록 방대하게 ‘여성 성기’에 관하여 저술한 저자 옐토 드렌스(Jelto Drenth)는 남자이다. 그 스스로도 책 첫머리에서 “과연 남자 저자가 (이 주제에 관하여) 써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성과학자이자 의사’라는 직업과 ‘남자’라는 특성은 오히려 공정한 서술을 이끌어냈다. 의학 교육을 받았지만 주로 심리 및 행동 치료를 통해 환자들을 다루어왔기에 의학과 심리학 중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 성기의 문제를 풀 때에는 반드시 두 학문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남자이기 때문에 몸속에 숨겨진 성기를 갖고 있는 기분, 오르가슴의 느낌, 월경 및 출산의 경이와 불편, 때때로 느끼는 억울함에 대해 여성들과 직접 공감할 순 없지만 그 빈틈을 성실한 취재와 임상과학자로서의 연륜으로 메웠다.
김명남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여성 성기’를 다룬 책으로서 『마이 버자이너』와 나탈리 앤지어의 『여자, 내밀한 몸의 정체』(2016, 문예출판사)와 비교하는데, 그에 따르면 나탈리 앤지어는 여성의 체험을 신화적으로 격상시키고자 많은 수식과 비유를 쓰는 반면 옐토 드렌스는 건조한 서술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그리고 “온갖 감상들을 일으키는” 여성 성기에 대해 “지나치게 호들갑 떨거나 감상에 흐르지 않으면서도 피하는 것 없이 요목조목 알려주는 덕분에” 여자로서 많은 궁금증을 풀었다며, 남자의 저술임에도 읽는 데 마음에 걸린 부분이 없었다고 덧붙인다.
번역을 맡은 김명남 번역가는 과학 분야뿐 아니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2015, 창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2016, 창비)와 같은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의학·생물학적 사실들과 문학·인류학·역사학적 서술이 어우러진 『마이 버자이너』의 번역에서 그 진가가 나타난다. 또 네덜란드 원서를 영국 번역서를 통해 중역한 데에 따르는 의미 손실이나 문화 차이에 따른 모호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해석하고 옮긴이 주를 덧붙여놓아, 『버자이너 문화사』를 새로 재편집하면서도 번역에는 손댈 부분이 거의 없었다.
‘여성 성기’에 관한 수많은 금기와 오해,
역사, 문화인류학, 예술, 심리학, 의학을 아우르며 명쾌하게 풀다!
책의 원제는 THE ORIGIN OF THE WORLD, ‘세상의 기원’이다. 책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그림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음모로 뒤덮인 여인의 성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이 그림처럼, 여성 성기에 대한 베일을 벗기고 인류의 기원인 이곳을 진실된 눈으로 보자는 지은이의 시각이 드러난다.
여성 성기의 가치를 왜곡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이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그리고 그에 따른 억압이다. 일례라고 할 수 있는 ‘이빨 달린 질’ 신화는 고대로부터 다양한 문화에서 발견되어왔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인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주둔한 미군들 사이에도 ‘독일 창녀들의 질 안에 면도칼이 있다’라는 소문이 돌았으며 베트남 전쟁에서도 똑같은 소문이 있었다. ‘이빨 달린 질’ 신화가 현대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거세 공포가 여성 성기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로 전이된 것인데, 이에 대해 저자는 사실은 질 때문에 다치는 남자보다 음경 때문에 다치는 여자가 훨씬 많다며 “실제로 음경이 잘리는 사고는 흔치 않고, 흔치 않기 때문에 매번 국제적 뉴스가 된다”라고도 덧붙인다. 또한 유대인들이 만들어낸 여성성에 관한 금기들을 소개하며, 여성 성기에 대한 이런 시각이 ‘만들어져 온’ 것임을 강조한다.
옐토 드렌스가 풀고자 하는 오해는 이런 ‘고전적인’ 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이름난 바람둥이들, 이를테면 카사노바나 프랭크 해리스(Frank Harris)같은 이들을 “메스껍다”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거의 당연한 듯 가정하기를, 유혹에 넘어온 숙녀들이 자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평생 한 번도 무아지경에 빠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깨어나는 데에는 단연코 왕자가 필요하다’라는 주장은 여성의 성적 능동성을 폄훼한다. 프로이트주의자들은 남성의 삽입으로 오르가슴을 얻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불감증’이라는 말을 붙였는데, 역시 여성을 학대하는 표현이다. ‘삽입에 의한 오르가슴’ 혹은 오르가슴 그 자체가 성적 활동에서 최고로 좋은 것이라는 가정 역시, 남성 중심적 문화와 시각에서 생긴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해 성 체험에 하나의 방향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실 오르가슴 외에도 긍정적인 체험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성과학자이자 의사라는 직업에 걸맞게, 여성들이 스스로 오해하고 있는 몸에 관한 상식들도 제공한다. 특히 팬티라이너에 대한 옐토 드렌스의 정리를 보면, ‘여성 성기’에 관한 혐오와 자본주의가 만나 어떻게 여성들을 옥죄어왔는지를 알 수 있다. 건강한 여성들 역시 불편할 정도로 많은 질 분비물을 배출하기도 하며, 분비물의 양이 많은 게 꼭 불결하다는 뜻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질 냄새도 건강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성기를 잘 통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