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여섯 가지 빛과 그림자
사랑은 쉽지 않다. 사랑을 얻는 것도, 사랑할 준비를 하는 것도……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그 사랑을 지키는 것이다
한 남자가 아내를 속인다.
그는 아내와 아들에게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한 비밀을 남겨둔 채 숨을 거둔다.
한 여자가 남편을 속인다.
남편은 아내가 죽고 나서야 사실을 알게 된다. 질투와 호기심에 사로잡힌 남편은 아내의 다른 남자를 찾아 길을 떠난다.
한 남자가 비밀경찰에게 친구와 아내에 대한 정보를 판다.
그의 아내는 남편 모르게 남편의 친구와 하룻밤을 보낸다.
한 남자가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세 명의 여자를 두고 있다.
사랑도 일도 그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남자는 결국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낯선 인생 속으로 빠져든다.
한 남자가 이국땅에서 죽음을 맞는다.
몸 안의 온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그 짧은 순간 동안 그의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은 아내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다.
뉴욕 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도서’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57주 연속 베스트셀러 ? 전 세계 20여 개 국어로 번역 출간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작품마다 각 캐릭터의 면면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이야기 구성력과 인간에 대한 도덕적 암시를 내포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정평이 나 있다. 인간의 죄와 책임의 문제를 꾸준히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온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경이로운 베스트셀러인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에 이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중단편 모음집 《다른 남자》를 펴냈다. 《다른 남자》에는 부자, 부부, 친구 등 우리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빛과 그림자가 매우 간결하고 치밀한 어조로 그려져 있다. 특히 탁월한 것은 슐링크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관계와 소통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프리즘에 포착된
사랑의 여섯 가지 빛과 그림자
사랑의 다른 이름 하나. 연민
196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소녀와 도마뱀〉은 하나의 예술작품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 낮잠을 자곤 하던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 있던 그림에 대한 소년의 애틋한 사랑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동인이다. 그 그림에는 어느 유대인 소녀와 도마뱀이 그러져 있다. 소년은 그 소녀를 아주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가슴속에 간직하며 사랑한다. 그의 사랑은 성장하며 더욱 깊어진다. 아버지가 세상을 뜬 뒤 소년은 그림의 비밀을 캐게 되고 그 과정에서 2차 대전 중 아버지가 유대인들에게 범한 죄를 알게 된다.
“아버지는 형법전에 나오는 구절을 그대로 베꼈어요. 아버지는 자신이 처벌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 구절들을 베낀 거예요. 하지만 그 글은 아주 섬뜩해요. 모든 것을 시인하는 것 같으면서도 법적으로 처벌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읽히거든요. 그것은 마치 음식에 독을 집어넣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요리책에 있는 설명대로 요리했을 뿐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아요.”
아버지의 죄를 알아낸 아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버지를 부정하는 아들의 행동은 아들을 부모 세대가 저지른 죄과에서 벗어나게 해줄까? 이 지점에서 슐링크의 대답은 명확해 보인다. 그렇지 않다. 그 이후의 세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슐링크는 현재 독일의 아버지 세대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연민의 정을 그림을 통해 그려낸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것에 대한 사랑은 곧 아버지로부터 떨어져 나오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그 영향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의 다른 이름 둘. 어긋남
〈외도〉는 독일이 통일되고 동독과 서독이라는 이질적인 집단들이 하나의 집단이 되어가는 중에서 사람들이 겪는 오해와 화해에 이르는 길을 다루고 있다. 한 (나약한) 지식인 남편이 겉으로는 자유가 흐르지만, 그 이면에 아직 통제가 존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단순한 바람 하나 때문에 동독의 비밀경찰에게 아내와 친구의 정보를 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남편이 생각하는 사랑과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서로 다름을 절감하게 된다.
“당신은 원래의 내 모습대로의 나를 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구미에 맞는 나를 구한 거예요. 무해한 여자, 잠자리에서 최고인 여자,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 없는 여자 말이에요. 그것이 당신이 구해낸 내 모습이에요. 실제의 내 모습이 어떠한가 따위는 당신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기준에서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내가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하더라도 아내의 신념과 자주성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었다. 그로 인해 어떤 고통을 겪는다면, 협상으로 아내를 빼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순간에도 옆에서 묵묵히 믿고 지켜봐주어야 할 일이었다. 남편과 어긋난 아내는 실망감과 허망함에 남편의 친구와 하룻밤을 보낸다. 이로써 그들 부부관계는 끝인가 싶지만, 삶이란 것이… 사랑이란 것이 한 방향의 직선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고비와 전환점들을 맞으며 방향이 바뀌는 것이어서, 둘의 다른 지향성은 갈등의 고비를 겪으면서 서로를 향해 방향이 서서히 일치하게 된다.
사랑의 다른 이름 셋. 질투
〈다른 남자〉에서 슐링크는 죽은 아내가 숨겨두었던 애인이 아내 앞으로 보낸 편지를 받고 질투심을 느끼고, 아내의 옛 애인을 만나 이야기하는 가운데 자신의 과거를 깨달아가는 남자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그’는 현실에서 외적으로 드러난 모습밖에 보지 못하고 늘 불평불만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이다. 그것을 슐링크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불만이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과거의 삶을 야금야금 파먹고 있었다.” 사기꾼에다 허풍쟁이로 모든 것을 미화하여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른 남자’는 유용성과 효율성과 적법성만을 신조처럼 믿는 주인공 ‘그’의 대척점으로 등장한다. ‘그’와 ‘다른 남자’를 대조시키며 슐링크는 일상적인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삶의 허구성을 짚어내고 독자로 하여금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랑의 다른 이름 넷. 이기적인 열정
〈청완두〉의 한 남자는 현재와 사랑에 지극히 충실하다. 그는 하나의 사랑에 집중하다가, 그 사랑이 지겨워질 때쯤 다른 사랑으로 도피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전 사랑을 정리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의 열정은 여기서 저기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이동하지만, 시간을 함께한 사랑은 그에게 필요로 남겨지고, 그 필요 때문에 그는 이기적이게도 과거의 사랑을 정리하지 않는다. 싫증난 사랑에서 다른 사랑으로 도피하는 것에 지친 그는 집을 훌쩍 떠나 수도사가 될까도 고민하지만, 그의 ‘수도사 되기’는 미수에 그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당신의 엉뚱한 짓에 모두 진절머리가 나요.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당신의 놀이에 동참하고, 도피 행각을 눈감아주고, 변덕을 참아주고, 멍청한 얘기에 귀기울여주었지만 이젠…….”
여인들은 그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그를 더욱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인들은 협동 단결해 그를 책임의 울타리에 가두어버린다. 사랑이 열정과 신뢰와 책임이 적절히 배합된 어떤 것이라면, 그가 여인들에게서 빼앗은 열정과 신뢰를 여인들도 똑같이 그에게 되돌려준다.
사랑의 다른 이름 다섯. 근원적인 그리움
〈아들〉은 인생에서 자신의 일만 중요하게 여겨, 일 외에는 어느 것 하나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