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내 반쪽이잖아.”
“반쪽이지만, 나쁜 반쪽이지.”
누구보다 가깝지만, 너무 다른 쌍둥이 요정
하나의 보석에서 함께 태어난 빅토리아와 셀레스틴은 서로를 반쪽이라 칭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둘을 다른 요정들은 보석과 얼룩으로 나뉘어 여긴다. 티 없이 맑은 얼굴로 웃으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셀레스틴과 늘 솔직하고, 당당하고, 거침없는 빅토리아. 요정들은 빅토리아를 싫어했고, 그건 빅토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빅토리아는 자신을 얼룩으로 지칭하며 ‘빅토리아 스티치’라 부른다. 그녀는 다이아몬드 속 얼룩처럼 불길하고 특별하니까. 그런 빅토리아가 유일하게 진심을 여는 존재는 가장 가까운 가족인 셀레스틴이 아닌, 금지된 북쪽 숲에서 만난 어슐라인이다.
가족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가장 멀게 느껴지는 이상한 관계이다. 빅토리아와 셀레스틴은 달라도 너무 다른 쌍둥이지만 오직 서로뿐인 가족이다. 달라서 서로가 싫지만, 달라서 서로가 부럽다. 다르기 때문에 요정의 숲에서 오직 둘만이 서로를 이해한다. 둘은 유일하게 함께 태어난 둘이지만 하나인 서로의 반쪽, 다이아몬드 쌍둥이니까.
“착해 빠진 요정은 왕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 다음 왕위 계승자는 바로 나야!”
각자의 방식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두 요정의 꿈과 선택
빅토리아와 셀레스틴은 태어난 순간 왕실로부터 자신들의 운명을 선고받았다. 얼룩이 있는 다이아몬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들은 진정한 왕족으로 인정받지도, 평범하게도 살아가지 못한다. 혹여나 왕위를 탐하거나, 왕위를 대신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왕실이 항상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명 앞에서 둘은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한다. 셀레스틴은 요정의 숲이 내린 운명에 저항하는 대신 자신만의 새로운 꿈을 찾는다. 바로 보석 디자이너가 되어 다른 요정들을 빛나게 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셀레스틴은 당당히 디자이너로서 왕실 보석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왕의 자리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왕위를 계승하는 것만이 진정한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그녀의 눈은 주어진 운명을 향한 분노와 욕망으로 번뜩인다.
나의 선택이 아닌 커다란 운명을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주어진 운명을 따르며 그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거나, 혹은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운명을 개척하려는 빅토리아와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셀레스틴은 자신만의 운명의 왕관을 쓸 수 있을까?
“부디 그 특별한 얼룩을 부끄러이 여기지 말길.”
흑과 백으로 선보이는 요정 숲의 빛과 어둠
해리엇 먼캐스터는 〈이사도라 문〉과 〈마녀 요정 미라벨〉에서 각각 뱀파이어 요정과 마녀 요정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뱀파이어와 요정, 마녀와 요정 사이의 혼혈인 이 요정들은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각자의 혼합된 정체성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빅토리아 스티치〉 속 요정들의 세계는 빛과 어둠과 같이 그 존재가 뚜렷하다. 빅토리아와 셀레스틴, 나쁨과 착함, 개척과 순응처럼 보이는 대비는 모든 게 이분화된다. 하지만 이렇게나 달라 보여도 둘은 갈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나의 보석에서 함께 태어난 둘은 결함처럼 보이는 특별한 얼룩을 저마다의 형태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둘의 관계를 특유의 그림체와 흑과 백을 이용하여 드러내면서 독자들에게 말한다. 우리 안에는 늘 반대되는 양면이 있다고, 그리고 그 반대됨은 결함이 아닌 특별함이라고 말이다. 이 때문에 흑백의 분명한 대비는 가장 또렷한 색채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사도라 문〉과 함께 자란 독자들에게 〈빅토리아 스티치〉는 선물과도 같다. 책을 펴는 순간 독자들은 위스클링 숲의 마법에 걸리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