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문화다양성 주간 / 김지윤 정치학자] 재일교포이신 서경식 선생님의 짧지만 묵직한 책. 애써 못 본척 하고 싶어하는 나와 그 눈을 돌리게 만드는 강렬한 문장이 싸우는 경험을 하게된다. 역시나, 내가 지고 말았다. 디아스포라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전 세계 곳곳에서 디아스포라의 비극적인 하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무서울정도로 담담하게 내뱉는다. *추천 문장: “끊임없이 ‘타자’를 상상하고, 그들과의 차이를 강조해, 그것을 배제하면서, ‘우리’라는 일체감을 굳혀간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 <소년의 눈물>의 지은이 서경식이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주 등을 여행하며 쓴 에세이.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원래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와 땅을 떠나도록 강요당한 사람들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새롭게 규정된다. 재일조선인으로 은밀하거나 노골적인 차별과 억압을 일상처럼 겪으며 살아왔고, '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각각 19년, 17년의 옥고를 치룬 서승과 서준식의 동생으로 오랜 세월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힘들게 지낸 삶이 바탕이 되어 그의 '디아스포라 기행'은 몇 겹의 소수자들만이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진실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시작해 근대의 정치체계까지 아우르며, 난해하거나 현란하지 않은 언어로 '다이스포라'로 상징되는 근대의 억압과 정치체제를 진지하게 사유한다. 광주에서 망월동에서 연주되는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를 들으며 느낀 감상, 휴머니즘, 자유주의, 개인주의라는 근대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와 '어제의 세계'를 떠올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 한 사회에서 소수자로 산다는 것, 과거에 자기 민족을 지배한 자의 언어를 모어로 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자신이 누구인가, 자신은 왜 남들과 다른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하는 삶을 의미한다. 불안하고 예민한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추방당한' 이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지은이의 담담한 서술이 그의 삶과 어우러져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비주얼 마스터 웨스 앤더슨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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