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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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반전 문학의 거장,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대표작 국내 최초 정식 계약 완역판 『개선문』은 전운이 감도는 유럽의 마지막 피난처, 파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레마르크의 대표작 중 하나다. 레마르크는 나치스를 피해 파리에 숨어 사는 라비크와 아름다운 여배우 조앙 마두의 사랑을 중심으로, 하루하루 희망 없이, 하지만 의연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 낸다. 『개선문』은, 두 번의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겪었지만 아직도 전쟁과 기아, 의도적이거나 우연한 죽음과 절망으로 고통받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바로 사랑과 우정,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임을 깨닫게 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개선문』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계약을 거친 작품으로, 니체, 괴테, 귄터 그라스 등 독일 문학의 대표작들을 연구, 번역해 온 장희창 교수의 완역판으로 출간된다. 두 번의 전쟁, 유럽의 마지막 피난처 파리, 그리고 개선문 ― 그곳에 희망은 있는가? 개선문은 파리 시내 샤를드골 광장에 있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2킬로미터쯤 곧게 뻗은 대로의 끝에 있는 샤를드골 광장은, 방사형으로 뻗친 열두 개의 도로 모양이 별 같아서 에투알 광장이라고도 불린다. 개선문은 그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그리고 개선문 바로 아래에는 전쟁에서 사라져 간 무명용사들의 묘가 있다. 승리를 상징하는 개선문과 죽음이 서린 무명용사의 묘. 역사 속의 승자와 패자가 한 자리에 있다. 거인처럼 치솟은 개선문은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추며, 위로는 우울증에 빠진 하늘을 떠받들고, 밑으로는 무명용사의 묘에서 창백하게 타오르는 불길을 지켜 주는 듯했다. 무명용사의 묘는 황량함 속에서 인류 최후의 묘지처럼 보였다. ?「개선문」에서 『개선문』은 2차 대전 발발 무렵, 프랑스 파리 개선문 근처 몽마르트의 싸구려 호텔에서 살아가는 망명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그 무렵 파리 시내의 풍경은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여권과 신분증명서 없이 전전긍긍하는 유럽의 피난민들은 그 어떤 희망도 위안도 없이 내던져져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쪽이 승자가 되면 짐을 꾸려 돌아가고, 패자가 되면 다시 돌아온다. 호텔 방에 걸린 액자 속 인물들도 그때마다 교체된다. 파시스트와 공화주의자는 번갈아 가며 호텔을 드나든다. 베를린 종합병원에서 외과의로 일하던 독일인 라비크는 게슈타포에 쫓기는 두 친구를 숨겨 주었다가 체포된다. 라비크의 애인인 시빌은 하케의 고문으로 죽는다. 라비크는 강제수용소의 병원에서 탈출하여 파리로 망명하고, 불법체류를 하며 대리 수술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신분이 드러나면 추방되고, 기회를 보아 다시 밀입국하기를 반복한다. ‘라비크’는 그의 세 번째 이름이다. 우연히 마주친 하케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것, 그것만이 그의 목표이자 삶의 이유였다. 조앙 마두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랑, 우정, 꿈을 좇는 평범한 사람들 ― 그곳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센 강 위에 놓인, 개선문에서 가장 가까운 다리 알마, 그곳에서 라비크는 조앙 마두를 처음 만난다. 위태롭고 공허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 파리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던 라비크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얽매이지 않는 순진무구한 조앙 마두에게 친숙함을 느낀다. 조앙은 “술을 마실 때면 술이 전부, 사랑할 때면 사랑이 전부, 절망할 때는 절망이 전부, 그리고 잊을 때면 모든 걸 잊는” 여자다. 그녀와의 만남으로 라비크도 조금씩 변한다. 언제 떠나도 무리가 없도록 집도 가구도 물건도 소유하지 않는 라비크는 안정된 삶을 한 번쯤 그려 본다. 자신을 심하게 부려먹는 악덕 의사 뒤랑에게 평소보다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조앙과 함께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불안의 시대에 사랑의 도피와 일탈은 사치가 아니라 평화이고 안전이고 기쁨이고 축제”였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중심으로, 파리 개선문 아래에선 언제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라비크의 친구이자 러시아 피난민인 모로소프는 귀족 집안 출신이지만 파리에서는 클럽의 문지기 노릇을 한다. 그는 그런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항상 라비크 곁에서 그를 돕고 지지한다. 이 우정은 라비크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된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가기 위해, 두 다리를 잘라 달라는 소년도 있다. 이 소년은 보험금으로 우유 가게를 차릴 수 있게 되었다며 해맑게 웃는다. 성병에 걸려 몸을 팔 수 없게 되고 남자 친구에게 두들겨 맞지만 하루하루에 충실하기에 떳떳한 유곽 아가씨들. 이들은 라비크 삶의 무게를 덜어 주고 밝게 비춰 주는 친구들이다. 뒤랑 같은 의사들은 수술비에 집착하고 환자들의 생명을 경시하지만, 그 곁에서 조용히 일하는 간호사들은 환자가 떠나면서 주고 간 선물 하나에 감격하고 행복해한다. 역자 장희창 교수는, 바로 이들이야말로 이 작품에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며, “여기에 등장하는 착한 인물들이 다 무명용사들”이라고 평한다. 단순한 것들만 우리를 절대로 속이지 않아. 행복은 아무리 낮은 곳에서라도 시작할 수 있는 법이야. 「개선문」에서 광기와 폭력, 고통과 불안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 절망 한가운데에서야말로 삶의 순간순간은 더욱 소중해진다 전 세계를 휩쓴 전쟁 이후 냉전 시대를 거치고도, 세계 각지에서는 아직도 분쟁과 기아, 폭력과 고통이 계속된다. 인간들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역사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레마르크의 말처럼, 모든 것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모든 게 반복이에요, 왜 그럴까요?” “아무것도 반복되지 않아요. 우리 자신이 반복할 뿐이지. 그게 전부야.”?「개선문」에서) 지난 1925년 발병한 ‘불안’이라는 집단병증은 아직도 계속되며 우리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그건 불안이란 거야. 지난 1925년 이래의 질병이지. 아껴서 저축한 돈으로 평화롭게 늙어 갈 수 있다고는 이제 아무도 믿지 않아.”?「개선문」에서) 라비크가 보기에 당대는 ‘통조림의 시대’다. 그들은 “걸어 다니는 소파, 화장대, 금고, 임대 계약서, 월급쟁이, 냄비, 수세식 화장실”이자 “걸어 다니는 정신병원”이다. 신문은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만들며, 만사는 “미리 짜 놓은 것이자 미리 씹어 놓은 것이고 미리 느낀 것뿐”이다. 열기만 하면 되는 ‘통조림’인 것이다. “편한 삶이 아니라 값싼 삶”이다. 오늘날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인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작지만 꺼지지 않는 삶의 순간순간은 더욱 빛나고 소중하다. 라비크가 결국 조앙에 대한 사랑을 깨닫듯이, 가난하고 고달픈 이웃들의 삶을 묵묵하게 보살펴 주듯이, 그리고 전쟁에 따라 이리저리 떠도는 삶이지만 언젠가는 서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듯이 말이다. 작품 해설에서 역자가 밝혔듯 “레마르크는 갔지만 『개선문』은 남았고, 라비크와 조앙의 사랑, 모로소프와의 우정은 따뜻한 불씨로 더욱 생생하게 살아남았다. 『개선문』은 사랑과 우정과 친절이야말로 인간성의 꺼질 수 없는 불길임을 증언하는 작품이다.” 산다는 건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 걸세. 우리 모두는 서로를 잡아먹고 있는 거지. 이따금씩 번쩍이는 선의의 불꽃, 이걸 내다 버려선 안 돼. 삶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게 우리에게 힘을 주는 거야. 「개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