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펭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까치 연구에서 펭귄 연구로,
젊은 동물 행동학자의 남극 펭귄 생태 관찰기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 펭귄과 남극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하나 둘 배워간다. 마치 나도 두툼한 점퍼를 입고 펭귄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참 훈훈하다.
― 최재천(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까치의 친구였던 이원영 박사가 펭귄의 친구가 된 지도 몇 년 되었다. 펭귄의 수중 생활을 촬영하고 기록한 우리나라 학자는 그가 처음이다.
― 장순근(『남극 탐험의 꿈』 저자, 세종 기지 1차 월동 조사대 대장)
우리한테는 멀리 떨어진 세상이지만 상상과 공감을 빚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우리와 남극을 쉽게 이어 준다.
― 오철우(《한겨레》 선임 기자)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이 독특한 새에 매료된 적이 반드시 있다. 그런데 다 자란 뒤에는 두어 마디 상식 외에 펭귄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윤신영(《동아사이언스》 전문 기자)
어미곰 대신 사육사의 손에 자라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스타가 되었던 북극곰 크누트나 노르웨이 왕실 근위대 마스코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의 임금 펭귄 닐스 올라프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관람객들이 물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도록 북극곰 전용 수족관과 펭귄관을 설치하고 동물 친화적인 관람 환경을 조성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대개는 극지방의 서식지에서 내몰리고 인간의 편의 위주로 설계된 환경에서 볼거리로 전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체 보호나 교육을 목적으로 강제로 인간과 공존하게 된 야생 동물은 본래 하루, 한 계절, 한 해가 반복되는 주기에 맞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주기가 인간에 의해 흔들리면서 남극의 펭귄에게도 새로운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빙하가 점차 사라지고 동물들의 서식지가 줄어드는 가장 극한 현장인 남극을 2014년부터 매년 방문하고 있는 이원영 박사의 책 『물속을 나는 새: 동물 행동학자의 펭귄 관찰 일지』가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왔다. 동물 행동학자 이원영 박사는 까치의 행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펭귄 연구자로 범위를 넓혀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있으며 매년 북극과 남극을 방문하며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틈틈이 자연을 스케치하고 새로운 의문과 깨달음을 담담히 적어내려 가며 이를 트위터(@gentoo210)와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 일기” 등을 통해 나누어 왔다. 지난 6월 방영된 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이원영 박사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극지 동물 펭귄의 생태를 조명하기도 했다. 저자는 동물 행동학자이자 학부 시절 스승이었던 최재천 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교수를 비롯,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과 교류 중인 주목받는 생태학자로서 다음 연구가 기대되는 젊은 과학자다.
남극의 여름을 만나러 가다
펭귄은 먼 바다를 헤엄쳐 크릴 떼를 만나기를 기다린다. 도둑갈매기는 펭귄의 알과 새끼를 사냥하기 위해 기다리면서 틈을 노린다. 그런 동물들을 관찰하는 나 역시 하루 종일 몸을 웅크리고 앉아 기다린다.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다. 기다리다 보면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있다. 기다림의 미덕을 펭귄도 알고 있겠지? 겨울을 기다려야 봄이 온다는 사실을.―본문에서
『물속을 나는 새』는 저자가 남극에서 펭귄 연구를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로 출발한다. 이 책을 구성하는 20편의 에세이들은 정말 펭귄은 날 수 없는지, 남극에서만 사는 펭귄은 동물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와 같은 의문에 하나하나 답해 나간다. 실제 연구 현장 속의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새끼 펭귄이 알에서 깨어나 다시 어미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낱낱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심각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을 마주하게 된 펭귄의 미래, 그리고 우리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세종 기지까지는 가는 데 4박 5일, 비행 시간만 25시간이 넘는 장거리 여정으로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인 푼타 아레나스에서 전세기를 타고 남극에 내린 다음 다시 고무 보트로 30분을 더 가야 한다. 세종 기지 인근의 대규모 펭귄 번식지 ‘펭귄 마을’은 2009년 생태학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남극 특별 보호 구역 171호에 지정되어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는데, 이곳에서 5000쌍이 넘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떼를 지어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운다. 한국과 달리 남극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이 가장 따뜻하다.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3~4월에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났던 펭귄들은 10월경 기온이 올라가고 바다가 녹으면 번식지에 나타나 남극의 여름 동안 번식을 시작한다. 펭귄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펭귄의 먹이인 크릴과 물고기도 있고, 펭귄을 먹이로 하는 표범물범이나 펭귄의 알과 새끼를 노리는 도둑갈매기가 있다. 이들도 남극의 여름에 맞추어 펭귄 번식지에 나타나 자기의 둥지를 만들어 번식한다. 바다까지 얼어붙는 남극의 겨울을 참아 낸 동물들은 여름이 되면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열심히 먹이를 잡고 새끼를 키워 낸다.
잠수 동물인 펭귄은 물속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사람이 눈으로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바이오로거(Bio-logger)를 부착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소형 동물에 부착이 용이한 위치 추적 장치나 비디오 카메라 등이 개발되면서 비로소 펭귄의 세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원영 박사가 남극에 처음 도착해 한 일도 바로 펭귄에게 바이오로거를 부착하는 것이었다. 펭귄 부모는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똑같이 새끼를 품기 때문에 교대 시간이 10~12시간 된다고 알려져 있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펭귄에게 바이오로거를 부착한 후 다음날 둥지 근처로 돌아오는 펭귄에게서 장치를 회수한다. 물론 바다 날씨나 먹이 상황에 따라 펭귄이 돌아오는 시간 역시 달라지므로 극지 연구자의 하루는 기다림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펭귄, 북극에 가다」는 “펭귄은 남극에서만 살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펭귄은 남극 외에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남아메리카 대륙에 걸쳐 남반구 전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이사벨라 섬이 남위 1도에서 적도를 지나 북위 0.1도까지 걸쳐 있기 때문에, 갈라파고스펭귄은 남반구, 적도, 북반구에 모두 걸쳐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펭귄들의 서식지는 남반구에 제한되어 있다. 뉴질랜드 해안에 살던 펭귄의 조상들은 신생대까지만 하더라도 인간 크기에 버금가는 커다란 몸집이었지만 이후 작은 형태로 진화하면서 남반구 곳곳에 자리 잡았다. 수온이 낮고 영양 염류가 풍부한 물을 따라 적응해 온 펭귄들에게는 따뜻한 적도 바닷물이 북반구로 가지 못하게 막는 장벽이었다. 노르웨이에서는 1936년과 1938년 남극의 새가 동물상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 준다며 펭귄 고기와 알을 활용할 겸 펭귄을 들여왔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북극의 바다에도 펭귄의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나 크릴이 많고 바다오리처럼 펭귄을 닮은 잠수성 조류들도 살고 있는데다 남극만큼이나 수온이 낮고 계절이 변하는 주기도 유사하다. 하지만 남극과 달리 북극에는 북극곰이나 북극여우와 같은 육상 포식자들이 많아 번식 성공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동물원으로 간 펭귄」은 동물원의 스타인 펭귄의 실생활을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19세기 북극해의 포경선이 남극해까지 확대되는 과정에서 포경업체 크리스천 셀브센이 임금펭귄 3마리를 1913년 에든버러 동물원 개장에 맞추어 기증한 것이 동물원 펭귄 전시의 시작이었다. 노르웨이와 영국의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그 펭귄들의 후손이 바로 닐스 올라프다. 일본은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1915년부터 훔볼트펭귄 전시를 시작한 이래 지금은 세계에서 펭귄을 가장 많이 사육하는 나라가 되었다. 야생의 펭귄은 하루에 수십 킬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