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1894년 미에 현에서 태어난 히라이 다로(平井太?)는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가 번안된 추리 소설을 읽어준 것을 계기로 추리 소설에 흥미를 가졌다. 이후 모험 소설과 번역 소설을 탐독하다가 와세다 대학 정치경제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공부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이때 처음 에드거 앨런 포와 코난 도일을 접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무역 회사, 헌책방, 음식점, 조선소 등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그러다가 1923년 잡지 《신청년》에 「2전짜리 동전」이라는 추리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때 사용한 필명이 ‘에도가와 란포’다. 에드거 앨런 포를 일본식 이름으로 풀어쓴 것이다. 에도가와의 추리 소설에는 철학이 있다. 아무리 문학적으로 훌륭해도 수수께끼와 논리적 재미가 결여되었다면 추리 소설로서는 시시하다는 것이다. 추리 소설에 대한 에도가와의 입장은 어릴 적부터 쌓아온 추리 소설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포의 소설을 읽고 뛰어오를 듯이 신났던 것처럼 그런 소설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일지도 모른다. 에도가와는 ‘추리 소설의 아버지’로 불린다. 괴기, 환상, 공포, 그로테스크, 잔혹, 남색, 엽기 등 다양한 분위기의 소설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1931년 에도가와의 첫 전집은 13권에 달했는데도 24만 부가 판매되어 당시 죽어가던 출판사를 되살렸을 정도였다. 그러나 에도가와도 시대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1930년대 중반부터 일본은 전쟁 체제를 갖추며 문화 예술 검열을 강화했다. 대중의 인기와 장르 특성으로 인해 에도가와의 작품이 검열 대상에 자주 올랐다. 작가 의지에 반하는 수정과 삭제 등 표현의 자유를 강제 당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에도가와는 어린이용 탐정물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이 추리 소설답게 그는 권총과 칼 등 무기를 등장시키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다치는 장면도 없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어린이 추리 소설마저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에도가와는 평론 등으로 분야를 바꿨다. 그에게 패전은 추리 소설을 다시 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공백 탓일까. 전쟁은 끝났지만 에도가와는 예전처럼 창작에 열정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그보다 작가 발굴과 추리 소설 발전에 힘썼다. 1947년 추리 소설 애호가들을 불러 모아 ‘추리작가 클럽’을 결성하고, 1954년에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제정했다. 에도가와 이전과 이후에도 추리 소설 작가는 있었다. 하지만 에도가와의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 그의 작품이 여전히 강력한 생명력을 품고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로테스크한 시각 표현이야말로 란포의 특징이다. 「인간의자(人間椅子)」처럼 에도가와는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괴기스러운 작품을 뽑아냈다. 「목마는 돌아간다(木馬は廻る)」와 「도난(盜難)」처럼 인간적인 해학이 물씬 풍기는 작품도 에도가와의 진면목을 살피는 또 다른 실마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