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의 귀환

{Return of the Real 실재의 귀환}은 1996년 MIT 출판사에서 출간된 할 포스터 Hal Foster의 저작이다. 이 책 {실재의 귀환}은 동시대 미술에 대한 핼 포스터의 현재적 관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실재’에 대한 관심이다. 여기서 실재는 라깡적 의미에서 쓰인 것으로서, 무엇보다도 1970년대의 텍스트로서의 예술이라는 패러다임이나 1980년대의 시믈라크라로서의 예술 패러다임, 다시 말해 동시대 미술과 이론에서의 기호 이론의 우위에 대한 새로운 전복의 흐름을 주시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실재의 귀환이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실제의 몸과 사회적인 장소에 근거하려하는 미술과 이론에서 나타나 있다고 평가하며 이로써 새로운 아방가르드 미술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동시에 역사적 아방가르드와 네오 아방가르드간의 관계를 다시 독해하려는 그의 노력에서도 엿 볼 수 있다. 그는 아방가르드가 페터 뷔르거가 이야기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종결되었다는 기존의 견해를 강력히 거부한다. 그는 프로이드의 억압된 것의 귀환 이론 그리고 데리다의 차연의 이론을 도입하여 네오 아방가르드가 바로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억압을 넘어선 귀환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에 따라 미니말리즘으로부터 팝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미술과 이론의 권위있는 계보학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는 동시대 미술과 이론을 역사적인 패스티쉬로 폄하하는 상투적 험담들과는 달리 오늘날의 혁신적인 작업들에게 긍정적인 위상을 부여하려는 시도이며, 이로써 오늘날 미술의 장의 진보적인 미술을 제거하려는 흐름들에 대한 저항의 시도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의 출간은 여러 가지로 의미를 가진다. 우선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 역사서는 아니지만 동시대 미술의 주요 계보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서구의 동시대 미술에 대한 탁월한 개괄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항상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서구미술의 동향을 뒤쫓던 한국의 미술계에 서구 동시대 미술에 대한 깊이 있는 안내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진보적이면서도 학술적으로 치밀한 논증을 거쳐 서구 동시대 미술을 소개함으로써 이곳의 동시대 미술에 대한 담론 수준을 높이는 구실을 할 것이다. 이 책은 개정판이다. 이 책의 초판은 2003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며, 역자들은 개정판에서 원래의 번역을 전부 새로 재검토하여 이전에 비해 가독성이 많이 좋아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후는 이 책에 대해 여타 학자들의 논평이다. 이 책의 위상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여 덧붙이는 바이다. “핼 포스터가 써온 에세이들은 이론적 상상력이 미술 실천상의 긴박한 질문들과 만나는 지점을 거듭거듭 규정해왔으며, 그는 미국 문화의 형태와 방향을 둘러싼 광범위한 논쟁 속에서 동시대의 미술이 왜 문제가 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지적인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 토마스 크로Thomas Crow, 예일 대학교 “<실재의 귀환>에 나오는 분석들을 보면, 핼 포스터는 20세기말의 미술, 문화 이론, 세계화 자본주의 등이 요동치며 얽혀 있는 지점에 관해 고도로 정밀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변함없이 탐색을 해나가는 우리 시대의 소수 비평가들 가운데 한 사람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더구나 그는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우리를 안심시키거나 유행의 첨단에 맞는 확답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우려를 일으키는 질문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 조나단 크래리Jonathan Crary, 콜럼비아 대학교 “핼 포스터는 동시대 미술의 실천 및 쟁점들에 관해 치밀한 논거들을 바탕으로 하여 설명을 해왔는데, 이는 얼마 지나지 않은 바로 직전의 과거를 예리하게 평가한 것으로서 유일무이한 작업이다. 포스터는 그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작업으로부터 비평적이고 결정적인 거리를 획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역사가들에게서는 흔히 보이지 않는 능력이다. 교육자와 미술가들 모두에게 똑같이 중요한 책이다.” ― 실비아 콜보우스키Silvia Kolbowski, 미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