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멈춰버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일기 아직도 팬데믹 상황은 끝이 보이지 않는데 일 년을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모두 겪고 있기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겸연쩍은 기분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가야되는지 모를 때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하는 일에서, 또 매일 거울을 바라보듯이 이미 뻔히 아는 얼굴을 재차 확인하는 일에서 그간 놓쳤던 순간이나 의미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 왔는지 되돌아보기 위해 걸음을 멈춰야 할테고, 거울에서 내 얼굴을 새삼 확인하기 위해서 눈길을 멈춰야 할 것이다. 그렇게 멈추고 살피는 일은 사진에게 가장 익숙한 과정이기도 하다. 더이상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세상이 멈춰버린 이 시절에 사진처럼 멈추고 바라보는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한편, 보스토크 매거진의 궁금증은 언제나 그랬듯이 일상과 삶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진과 사진가가 처한 상황에까지 뻗어나간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대면의 매체인 사진은 비대면 시대에서 어떻게 유효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진가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을 던져보고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단순히 달라진 촬영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서부터 대상에 접근하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것까지 사진가들의 모색도 이번호에서 함께 엿볼 수 있다면 좋겠다.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번호에서는 각 장마다 혼자 고립된 시간에서부터 도시 전체가 멈춰버린 풍경까지 팬데믹 시대의 징후가 담긴 다양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장에서는 세 명의 사진가 마리에타 바르가, 메건 돌턴, 성의석은 각각의 작업에서 자가격리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그들은 때로 당사자로서 때로 관찰자로서, 자신의 모습과 주변의 사물들 그리고 타인의 방을 살핀다. 혼자 고립된 시간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일상의 반짝임을, 삶의 그늘을 새삼 바라본다. 다음 장에서는 사진가 줄리아 플러튼 바텐, 양경준, 황예지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락다운 기간 동안 집에 갇힌 사람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 코로나 블루를 견디고 있는 젊은 여성들까지. 바라보는 대상도, 그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태도도 무척 다르지만, 세 사진가 모두 이 시절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 같다. 세 번째 장에서는 이제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둘러싼 풍경과 생각들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강유환, 알베르토 줄리아니, 정멜멜, 맥스 지덴토프, 서로 다른?네 사람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는 마스크이다. 무표정한 행인들이 저마다 쓴 마스크, 의사와 간호사들의 얼굴에 선명하게 자국을 남긴 마스크, 생필품으로 또 피사체로 바라본 마스크, 다양한 사물을 활용한 대체 마스크까지. 아주 일상적인 마스크와 매우 비일상적인 마스크 사이에서 그 익숙하고도 낯선 존재를 시각적으로 재확인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세 명의 사진가 톰 헤겐, 조지 노베치, 최용준의 작업에 등장하는 공간을 통해 시각적으로 팬데믹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결항된 비행기들이 활주로까지 가득찬 공항의 모습, 카페와 호텔 등 인적을 찾을 수 없는 공간들, 고요하고 적막한 도시의 밤 풍경까지. 이전이었다면, 다분히 시각적으로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장면이라 여겼을지도 모를 이미지들이 다른 기분으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