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간의 경험을 쌓은 지금은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있다고 확신한다.”
회차별로 결제하는 웹소설부터 시즌에서 시즌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OTT 시리즈까지 읽고 볼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가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콘텐츠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 답은 당연히 ‘매력적인 이야기’다. 이야기가 엉성한데도 작화가 훌륭하고 CG가 화려하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끝까지 소비하는 독자나 관객은 매우 드물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고, 싸우고, 달려나가게 만드는 힘은 일차적으로 이야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웹소설이 웹툰이 되고, 웹툰이 다시 드라마가 되어 큰 사랑을 받는 최근의 경향은 잘 짜인 이야기의 힘이 매체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음을 시사한다. 콘텐츠를 즐기고 소비하는 것을 넘어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개별 매체의 특성에 맞춰 이야기를 쓰기에 앞서 소설과 영화, 연극과 드라마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기본적 구성 원리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같은 주제와 플롯을 가진 이야기가 소설과 영화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명확하게 비교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결과적으로 “매체의 벽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 어떻게 쓸까?』는 “이야기 예술에는 매체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쓰려는 이들이 방향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그 원리를 단계적으로 안내한다. 특히 대중적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이들이 흔히 하는 착각, 지금껏 특정 장르를 수없이 소비했으므로 별다른 준비 없이도 비슷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거나 대중적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재미이므로 굳이 주제를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산산이 부서진다. 저자는 일반인이 건물의 겉모습만 보고 내부의 공학적 원리를 파악할 수 없듯 이야기를 즐겁게 보았다고 해서 그 창작 원리를 알 수 없음을, 대중적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이 재미이기 때문에 오히려 명확한 주제를 설정하고 중심 갈등을 탄탄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과 영화, 드라마의 예를 들어 차근차근 설득한다. 별생각 없이 그저 재미있게 소비해 온 이야기를 저자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함께 분석하다 보면 그 이야기의 주제, 캐릭터, 갈등이 얼마나 치밀한 계산을 거쳐 배치되었는지, 우리가 느낀 재미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깨닫게 된다.
물론 기존의 이야기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이야기를 쓸 수 없다. 저자는 주제가 중요하다면 주제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주인공은 주제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 관계에 따라 어떤 갈등 양상이 펼쳐져야 하는지, 발단과 전개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며 위기와 절정이 전체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안내한다. 여기에 더해 SF, 로맨틱 코미디, 케이퍼 필름, 멜로드라마 등 대중적 이야기에서 흔히 쓰이는 플롯의 형태를 그 원류가 되는 장르와 함께 소개하며 특정 장르를 쓰고자 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요소, 독자나 관객이 그 장르를 소비할 때 기대하는 바를 짚는 일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