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상반기 『13계단』으로 일본 추리 소설의 붐을 몰고 온 다카노 가즈아키의 화제작
에도가와 란포 상 최초의 만장일치 수상, 그리고 최단기간 100만 부 돌파라는 신기록을 거느리고 일본 추리 문단에 등장했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 한국에 선보인다. 과거를 씻고 선행을 통해 거듭나려는 소악당과 그의 앞길을 막는 의문의 조직, 그리고 연쇄 살인마와 경찰이 뒤얽힌 숨가쁜 24시간의 추적극. 『그레이브 디거』는 출간 즉시 일본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하며 추리 강국 일본의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경탄을 자아내는 속도감과 생생한 현장감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과 그들을 사냥하는 연쇄 살인자 사이에서 건달인 주인공 야가미는 목숨을 위협받으며 긴박한 도주 행각을 벌인다. 병원에서는 시한부 생명의 어린 소녀가 그의 골수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뒤에서 추격해 오는 살인자들과 빽빽이 깔린 경찰망을 뚫고 도쿄 전역을 가로지르며 그는 자동차, 자전거, 지하철, 유람선, 모노레일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도주한다. 작가는 도쿄라는 도시를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보이며, 도주 현장 곳곳마다 갑자기 벌어지는 위급 상황으로 독자들을 숨쉴틈없이 몰입케 한다. 데뷔작인 『13계단』에서 각종 법정 참고서 등 방대한 자료들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하여 작품 전반에 극도의 현실성을 부여했던 '사전 조사가 꼼꼼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레이브 디거』에서 작가는 참고문헌을 찾는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사건의 무대가 된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주변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 극의 현실감을 극대화시킨다.
작품 속에 녹아든 사회적 이슈
사형 제도의 모순과 범죄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맹렬하게 비난했던 전작처럼, 스피드와 몰입감을 중시한 『그레이브 디거』에서도 사회파 작가의 면모는 여실히 드러난다. 치졸한 범죄와 사기를 거듭하며 살아온 주인공 야가미를 통해 드러나는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현실감 넘치는 경찰 내부의 구조적 문제, 허술한 증인 시스템과 개인 정보의 불법적인 유포 등이 낱낱이 고발된다. 무엇보다도 국가 기관과 같은 거대 조직이 개개인의 정보를 통제하고, 이를 악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작가는 주목하고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은 어느 작품이든 읽기 시작하면 결코 멈출 수 없다.”-미야베 미유키
"근래에 없는 뛰어난 논스톱 서스펜스이며, '환불 보장'을 내세워도 좋을 걸작이다. -니시가미 신타(에도가와 란포 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