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의 가장 환상적인 소설 러시아어 완역
정통 세계문학을 지향하는 을유세계문학전집의 스물세 번째 책은 20세기 러시아 문학과 미국 문학 양쪽에서 거대한 업적을 남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이다. 국내 초역으로 나보코프 전공자인 한림대 러시아학과의 박혜경 교수가 번역했다. 1936년 발표된 이 소설은 기묘한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예술가의 사회적 고립을 풍자하고 있다. 나보코프는 자신의 작품들 중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나보코프는 『롤리타』나 『아다』와 같은 책이 번역되어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편이지만 그가 러시아어로 발표했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명하지 않다’는 죄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은 친친나트. 창작에 취미가 있는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알고자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할 뿐이다. 그가 홀로 갇혀 있는 기괴한 감옥에서 간수와 소장은 끝없는 광대 짓으로 그를 희롱하기에 바쁘고 롤리타를 연상케 하는 소장의 딸은 그의 감방을 뛰어다닌다. 모두가 정신이 이상한 듯한 가족과 친친나트의 어머니를 자처하는 여자가 면회를 오는 소란 속에서 새로운 죄수 므슈 피에르가 옆 감방에 수감되는데......
내가 쓴 작품 중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형장으로의 초대』이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967년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