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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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과 스페인 내전 이후 전 세계 좌파 진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아옌데와 칠레의 혁명 과정을 당시 현장 증인이 기록하고 분석한 시대의 고전 호안 E. 가르세스Joan E. Garcés는 1973년 9월 11일 칠레에서 피노체트가 이끈 군사 쿠데타가 발발했을 때 대통령 궁에서 폭격 직전까지 아옌데의 곁을 지켰던 몇 사람들 중 거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대통령의 사적 정치 참모였던 그가 1970년부터 3년간 아옌데와 인민연합 정부의 사회주의 이행 과정을 기록한 <아옌데 그리고 칠레의 경험>은 1975년에 처음 출간되어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었고, 2013년에 쿠데타 40주기를 맞아 재출간된 기념비적인 저서이다. 이 책은 여느 평전과는 달리 아옌데 임기 3년간 칠레라는 나라가 ‘경험’하게 된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당시 격변하던 칠레의 정치·경제·사회 정세를 각종 자료와 증언을 통해 치밀하게 분석한다. 한편 아옌데의 최측근으로서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사건들을 바탕으로 아옌데의 꺾이지 않는 고민과 실천을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아옌데가 추구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여정’은 왜 실패했는가. 저자 가르세스는 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전략과 전술이라는 분석의 틀을 가져온다. 아옌데는 보통선거와 다당제 민주주의 제도 내에서 노동계급이 권력을 쟁취하고, 기존의 국가 기구를 파괴하지 않고 이용하면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점진적이고 평화로운 이행을 추진하려고 했다. 이런 제도정치 전술은 그 실행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중대한 결함과 오류가 터져나왔다. 여당과 지도부가 군부의 봉기, 특히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군사 정책에 무지했고, 민중운동 진영에 통합된 방향성이 없었다. 미국과 부르주아 세력의 압력은 집요했지만, 정치 세력 간 이합집산으로 인해 사회 계층 간 동맹과 공존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옌데의 멈춤 없는 시도와 칠레의 다사다난한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적어도 1970년 9월부터 1972년 중반까지 칠레 사회 전체에 새로운 사회경제 질서와 새로운 가치 체계를 세우려는 목적을 가진 계급이 권력을 창출했다. 이전에 결코 권력을 가져보지 못했던 노동자?민중 계급이 제도정치의 틀 안에서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 구조를 대체하는 과정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전에는 없었던 사회주의로의 이행 모델의 싹을 틔운 것이다. 아옌데의 사회주의 혁명은 실패했지만, 그것은 당시까지 있었던 반자본주의 혁명에서 가장 현대적인 경험이었다. 민중 계층에서 민주주의가 일반적 삶의 형태로서 완전하게 지켜졌고, 반대 세력에도 동등한 정치적·시민적 권리가 인정되었으며, 공동생활의 규범으로서의 기본권을 국가가 존중했고, 사회 갈등의 해결책으로서 내전을 결코 용인하지 않았고, 보통·자유·비밀 선거와 다당제라는 국가적 의지에 기반한 합법적 정권에서 집회와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완전하게 보장되었다. 칠레가 아옌데 정부에서 겪었던 역사적인 경험은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칠레 사회주의 혁명 과정의 전략과 전술, 그 특수성과 한계 등을 알지 못하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그런 명석한 분석만이 아니다. 저자가 아옌데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만큼, 그의 묘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몸을 던지는 대통령 아옌데의 인간적인 고뇌가 슬쩍 드러나기도 하며, 특히 대통령 궁 포격 전 24시간을 시시각각 재현한 마지막 장에서는 긴박감과 절망감, 그리고 최후의 감동이 독자들의 전율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