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와는 멀다 → “예술은 나의 일상 속에 있다”
예술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 “예술을 감상할 마음만 있으면 된다”
예술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 “예술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걷고, 보고, 느끼는 ‘가장 가까운’ 예술서
길을 걷다가 조형물이 보인다면 한번쯤 걸음을 멈춰보면 어떨까. 서울 시청역 근처나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간다면 세계적 거장의 조각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흥국생명 빌딩 앞 높이 22미터에 달하는 ‘망치질하는 거인’은 미국 출신의 유명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작품이고,(<해머링 맨>) 프레스센터 앞 네 개의 철판과 돌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 이우환의 작품이다.(<관계항>) 해 질 무렵 용산 일대를 지나갈 때엔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을 눈여겨보자. 이곳에서는 레오 빌라리얼의 미디어아트가 세 시간 동안 ‘빛의 축제’를 벌인다.(<인피니트 블룸>)
그 밖에도 이 책은 백화점 로비 천장이나 옥상정원, 지하철역 근처 근린공원, 서울 근교의 아울렛 입구, 도심의 햄버거 가게와 오피스텔 앞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언젠가 한번은 지나쳤을 법한 낯익은 장소에 ‘이런 대단한 작품이 있었어?’ 하는 놀라움과 함께 내가 매일 걷는 이 길이 완전히 다르게, 또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예술은 나의 일상 가까이에 있고, 예술을 향유하는 데 필요한 건 시간과 돈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을 향한 열린 ‘마음’이기 때문이다.
제프 쿤스, 쿠마 켄고, 플로렌타인 호프만……
현직 기자인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만나
담아낸 예술가들의 말
이 책의 또 다른 특장점은 생생한 ‘현장성’이다. 문화부 기자로서 저자는 1년 반 동안 갤러리, 미술관, 공항, 호텔, 백화점 등 예술작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2022년 세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되면서는 세계적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 책은 미술계 악동으로 불리는 제프 쿤스, 자연에 지는 ‘약한 건축’의 주창자 쿠마 켄고,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은 공공미술품 프로젝트 <러버 덕>의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품 설치를 위해 내한한 AI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까지 직접 발로 뛰며 얻은 거장들의 육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토끼>로 천억 원대 경매가를 기록한 제프 쿤스가 자신의 작품인 <풍선 개>를 관람객이 깨뜨리자 ‘내 의도대로 됐다!’고 생각했다는 일화나, 레픽 아나돌이 ‘AI 작품은 인간이 만든 거냐, 기계가 만든 거냐’는 질문에 자신의 작업은 “비인간 속에서의 인간성을 찾는 영역”이라고 답변했다는 내용에서는 경외감마저 밀려온다. 작품 값의 높고 낮음이나 예술성의 진위에 대한 논쟁을 떠나 자신이 임하는 작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확고한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일을 향한 ‘진정성’이야말로 바로 예술이며, 또 예술이 가진 ‘힘’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나에게 예술은 카타르시스이고,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작업이다"
쿠사마 야요이, 리처드 로저스, 루이즈 부르주아……
트라우마를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가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예술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고. 일본 현대미술의 살아 있는 전설 쿠사마 야요이는 환각증세로 인해 자신의 온몸을 뒤덮은 점무늬를 예술로 승화했다. 난독증으로 학업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몰두했던 리처드 로저스는 훗날 파리의 랜드마크인 ‘퐁피두센터’를 지어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거미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늘그막에야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마침내 여성 작가 최초로 뉴욕현대미술관(MoMA) 회고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와 작품, 그리고 그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거기에는 반복된 트라우마와 고통, 그 안에서도 찾고자 노력했던 희망과 의미, 창작 세계를 완성하려는 집념과 고뇌가 모두 들어 있다는 저자의 설명에 수긍하게 된다. ‘위대한 예술은 불행에서 나온다’는 말은 낡은 정의 같지만 중요한 건 비극 자체가 아니라 한계와 결핍마저도 예술이란 형식으로 승화해냈다는 사실이 아닐까. 나를 사랑하는 일을, 내게 주어진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 ‘의지’와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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