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해변, 한가로움, 자유… 이게 우리가 누릴 것들이야, 앙투안.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그게 우리의 정신에, 피부에 뿌리 박힌 걸. 어쩌면 우린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척할 때, 더 타락했다는 기분을 느껴.”
이번에 정식 한국어 번역판으로 처음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하게 된 『패배의 신호』(La Chamade)는 1965년 막 서른 살이 된 프랑수아즈 사강이 『신기한 구름』(1961) 이후 4년 만에 출간했던 여섯 번째 소설이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그 사이의 수많은 연애를 거치고 난 다음이었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이후였다. 그녀는 “모르는 것은 쓸 수가 없다. 느끼지 못하는 것도 쓸 수가 없다. 체험하지 않은 일은 쓸 수가 없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슬픔이여 안녕』을 내놓은 이후 11년이 지나 삼십 대로 접어든 시점에서 사강의 작품 세계는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
사강은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 『패배의 신호』에서는 보다 깊어진 관능성을 보여 준다. 전작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사랑과 욕망의 장면들이 촘촘하게 표현됨과 동시에 인간이 타인에게 매혹되었을 때 발현되는 심리의 묘사가 작품을 가득 채운다.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사랑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문장만큼이나, 헤어짐의 풍경 또한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녀는 무서우리만치 냉정하게 인간의 고독과 나약함을 묘사한다. 사강은 한마디로 ‘가장 로맨틱한 문장으로 로맨스의 환상을 부숴 버리는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도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 소설의 줄거리가 지나치게 방종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강은 소설 속 루실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양, 해변, 한가로움, 자유… 이게 우리가 누릴 것들이야, 앙투안.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그게 우리의 정신에, 피부에, 뿌리박힌 걸. 어쩌면 우린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척할 때, 더 타락했다는 기분을 느껴.” 사강은 『패배의 신호』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 올바름이라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패배의 신호』를 읽고 난 후, 독자분들은 사랑과 결혼, 직업과 로맨스, 행복과 고독에 대한 모든 개념들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에 사랑의 불꽃을 당기는 감정들, 숙명처럼 예정된 헤어짐으로 인해 그 불꽃이 언젠가는 꺼져 버린다 할지라도, 인간은 그런 기억으로 미래의 고독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사강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서른 살의 루실은 그녀보다 연상인 부유하고 세련된 신사 샤를과 동거하며 샤를 덕분에 삶의 물질적 제약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린다. 어느 날 루실은 샤를과 함께 참석한 사교 모임에서 그녀와 동갑이며 누가 봐도 미남인 편집자 앙투안을 만난다. 앙투안 또한 그보다 열 살 이상 연상인 사교계의 권력자이며 전설 같은 존재 디안과 동거중이다. 서른 살의 늙은 어린애들인 루실과 앙투안은 연회장 한복판에서 둘만이 감염된 미친 듯한 웃음을 공유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랑과 쾌락에 빠져든다. 이 두 사람에게 각각 깊은 열정을 간직한 보호자이자 어른들인 샤를과 디안의 고뇌와 고통이 시작된다.
『패배의 신호』(La Chamade)가 사강의 다른 작품과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은 ‘관능성’이다. 이 작품에서 사강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불같은 욕망과 열정을 그녀만의 감각적인 문장으로 어느 작품에서 보다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그렇지만 작품은 단순한 통속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사강은 연인이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보여주며 존재의 고독에 관해 보다 깊어진 성찰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인물들 모두가 이해되고 나아가 그들을 위해서 똑같이 깊은 비애에 젖어드는 건 그들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고독만큼은 우리가 잘 아는 고독이기 때문일 것이다.
섹시다이너마이트
5.0
사랑보다 행복의 지속 시간이 더 길다. 사랑의 경탄은 절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복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니 모든 존재는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행복한지 알아내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토록 들은 ‘네 자신을 알라’, ‘나를 알아야 성공이 따라온다’, 그리고 ‘가난하면 사랑이 창문을 넘어 도망친다’는 말은 여기서 기인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끄럽지만 나는 항상 루실처럼 살았고 앙투안을 보면 속수무책으로 빠진다. 뻔히 알면서도 분명히 그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겠지. 그치만 나는 그 길목에서 한번쯤은 계산을 할 것이다. 이 책으로 그들의 삶을 한번 살아봤으니. 내 계산은 분명,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행복한가?’ 이것이 소설만이 모든 존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벵말리아
3.5
나는 사강의 팬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읽자마자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게 행복의 완성은 아니야.
pizzalikesme
3.5
우리는 행복할 때 다른 이들을 기꺼이 자신의 행복의 조력자로 간주한다. 다른 이들이 의미 없는 참관자에 불과했음을 깨달을 때는 오직 우리가 더는 행복하지 않을 때다. 104p
우보영
5.0
이 이야기에 겨울이 없는 것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봄이기 때문에.. 봄이 없는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갈까 아찔해지면서도 누구나 일생에 단 한 번 꿈꾸는 사랑.
관악구청장
4.0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으니 삶은 언제나 일정 부분 패배인거야
보통여자님
4.5
그녀는 앙투안을 사랑했으나, 샤를에게 애착이 있었다. 앙투안은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샤를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다.
예지
얼굴은 육개월 가지만 돈은 평생간다 ㅎ
소정
2.5
그는 루실이나 구름에게 이 눈물의 이유를 물어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여름이 끝났고, 그것은 그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さらに多くのコメントを見るには、ログインしてくださ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