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사실(史實) 서술이 아닌, 사실 해석 노력을 담은 강만길표 한국근대사 『고쳐 쓴 한국근대사』는 해방 이후 국내 저자가 집필한 최초의 근현대사 개설사로 기존의 역사서의 일반적인 서술체재인 편년체적 서술을 탈피하고 분류사 형식을 취하였다. 정치외교사 중심의 기존 역사서와 달리 각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변화를 균형있게 다루기 위해서였다. 시대 분류에서는 조선후기를 우리 역사에서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싹이 드러나던 시기로, 개항과 그 이후 시기를 본격적인 근대의 시작으로 보았다. 아울러 일제강점기까지를 근대로, 그리고 해방 이후 통일국가 수립 시기까지를 현대사로 파악하였다. 하지만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를 편의상 2책으로 간행하면서 일제강점기를 현대사 편에 넣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역사의 근대와 현대를 서술할 때 ‘사실(史實)을 충실히 서술한 역사책보다 사실을 해석하는 노력이 더 담긴 역사책’이 되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근현대사가 식민지배와 분단시대로 점철된 어두운 역사이지만 자국의 역사를 미화하지 않고 역사를 보는 눈이 엄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인식은 개항기 국권수호에 실패한 원인에 대한 평가와 독립협회운동의 성격 규정 등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 ‘강만길 저작집’ 전18권 소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출간 40주년 기념 저작집 발간 ― 강만길 사학의 집대성이자 실천적 저술활동의 총 결산 유신의 서슬이 여전히 시퍼런 1978년 출간되어 당대의 한국지성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이 올해로 출간 40년을 맞이했다. 해방 후 시대를 통일의지가 담긴 ‘분단시대’라는 용어로 처음 명명한 강만길은 그의 첫 사론집인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출간 이후 조선후기와 일제강점기를 연구하는 한국사학자로서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는 지식인으로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학문적?실천적 행보를 보여주었다. 반공주의나 대북적대주의가 고착화되는 동시대를 평화통일을 지향하며 극복해야 하는 ‘분단시대’라 이름 지은 것은 당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었다. 이는 이후 우리 사회의 일상용어와 학문용어로 정착하며 통일 지향의 역사의식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분단사학의 반성과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사론 정립을 과제로 제기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은 자신의 이론화 작업에 견인차가 되고, 1980년대 이후 인문·사회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강만길 저작집’ 전18권은 이같은 강만길 사학을 집대성한 것이자 실천적 저술활동의 전모를 오롯이 보여주는 책이다.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의 기획으로 긴 준비과정과 만 2년간의 편집과정을 거쳐 출간된 ‘강만길 저작집’은 일제 식민사학의 정체후진성과 타율성론을 극복하고자 한 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 연구부터 1930년대 좌우합작운동 등 통일민족국가 건설운동에 관한 독보적 연구저작들과 한국근현대사 개설서, 통일관련 대중역사서와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저서 19권과 미간행 원고를 묶어 전18권으로 구성하였다. 출간 당시 의도를 살려 원본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오늘의 독자를 배려한 편집체재로 꾸몄다. 원로에서 신진까지 한국근현대사 연구자들이 적극 참여해 집필한 해제 20편은 40여년에 걸친 저작들의 사학사적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의미있는 읽을거리이다. 강만길, 역사학의 현재성을 믿는 우리 시대의 사표(師表) 저자는 평생 역사가로서 살아오면서 지녀온 명제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E. H. 카)를 넘어서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 ‘역사는 변하고 만다’라고 술회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1933년) 오늘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격류를 고스란히 헤쳐온 그의 이상주의적인 명제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에게 역사란 화석화되어 정체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역동적 과거이다. 그는 아무리 현실이 암담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실제로 그의 저술과 실천 활동은 이런 기본인식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이뤄졌다. 또한 그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역사학의 현재성은 대중성과 맞닿아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명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쉽게 풀어쓰고 싶은 소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음을 밝힌다. 저자의 후학들이 해제에서 밝힌 스승 강만길의 면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자들의 석사?박사 논문의 방법론이나 논지가 자신과 다르더라도 객관적 타당성만 인정되면 관대하게 수용하여 새로운 경향의 학문이 나올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제자들이 공히 떠올리는 그의 모습이다. 이처럼 저자 강만길은 엄청난 사료를 읽어내며 철저히 자료에 기반하여 논문을 쓰는 등 학자로서 엄격하고 원칙적인 자세를 강조하면서도, 제자들에게는 학문적 포용력과 객관성?합리성을 지닌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또한 불의에 저항하는 실천적 삶과 평화통일을 향한 신념을 보여준 것은 물론이며, 회갑 기념 논총을 마다하고 사재를 들여 『한국사회주의운동인명사전』(강만길?성대경 엮음, 창작과비평사 1996)을 출간하는 한편, ‘내일을 여는 역사 재단’을 설립해 소장 연구자를 지원하고 잡지 『내일을 여는 역사』의 발간을 통해 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시대 대표 지식인의 사상적 원천과 지향 저자는 반세기 넘는 세월을 분단과 통일 문제를 학문적 화두로 삼아 집필활동을 계속해왔다. 비교적 최근의 저서(저작집 제16권) 제목 ‘분단고통과 통일전망의 역사’에는 그의 ‘절박한’ 역사인식이 담겨 있다. 특히 미래 세대 젊은이들에게 민족분단시대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며 “분단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민족사의 바람직한 장래를 내다보려 한 ‘진보적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팔십성상 저자의 선언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를 아프게 일깨워준다.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출간 4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강만길 저작집 전18권에는 그가 평생 일관해온 지적·실천적 삶의 궤적이 온전히 담겨 있어 우리 시대 한 대표적 지식인으로서 그의 사상적 원천과 지향을 짚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