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의 신화와 역사 속
신비롭고도 가슴 아픈 어느 고래의 이야기
세풀베다의 이번 동화 속에서는 어느 선주민 부족의 신화와 실제 역사가 교차한다. 칠레 해변에는 바닷가에서 해산물과 해조류를 채취하면서 살고 있는 라프켄체Lafkenche라는 부족이 있다. <바다의 사람들>이라는 뜻의 이 라프켄체 부족에는 고래에 관한 신비로운 신화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죽음을 맞이하면 <트렘풀카웨>라는 고래들이 나타나 그들을 수평선 너머의 자유로운 세계로 인도한다는 내용이다. 동화 속 화자인 <달빛 고래>는 이 트렘풀카웨 고래들을 보호해 달라는 부탁을 할아버지 고래에게 받게 된다. 그들의 적은 고래를 사냥하는 인간들이다. 달빛 고래는 바다의 일부처럼 살아가는 라프켄체 사람들과 달리 서로 싸워 죽이기까지 하는 잔혹한 성질을 가진 인간들에게 큰 충격을 받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그들을 멀리 쫓아내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어느 날 암컷 고래와 그 젖을 빠는 새끼 고래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고래잡이배를 보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선원들을 몰살시켜 버린다. 실제로 1820년 11월 20일, 칠레의 모차섬에서는 거대한 향유고래가 고래잡이배를 공격해 침몰시킨 사건이 있었다. 그 고래에게는 <모차 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평화로운 자연을 향해 악을 행하는 인간들,
결국 그 화살은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매일같이 인간이 자연을 향해 저지르는 악을 목도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 한 명 한 명은 그 악행의 주체이다. 아무런 악의를 갖지 않고도, 우리들은 그렇게 자연에게 악을 행한다.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동물을 수도 없이 죽이고, 다 입지도 못할 만큼의 옷을 만들기 위해 동물의 털을 뽑으며, 과잉 생산된 물건들을 사막 곳곳에 버려 환경을 더럽히고, 우리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는 지구에서 이상 기후로 인해 벌어지는 온갖 참사에 고통을 당한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인간이 탐욕으로 인해 그 자연을 공격하고 결국 그 대가로 스스로 몰살당하는 모습을 철학 동화 속에 묘사했다. 거대한 향유고래는 자연의 힘이고, 고래잡이배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자연의 정의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인간들을 향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자연의 무서움을 깨닫고 삶 속에서 자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