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고정희 · 詩
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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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著者/訳者

目次

시인의 말 1부 실존의 늪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 카타콤베 / 차라투스트라 2부 아우슈비츠 미궁의 봄 2 / 미궁의 봄 4 / 미궁의 봄 6 / 미궁의 봄 7 / 바람 / 아우슈비츠 1 / 아우슈비츠 2 / 아우슈비츠 3 / 바벨탑과 마을 / 결빙기 / 살풀이 3부 회소(回蘇), 회소, 수유리 / 숲 / 라벨(Ravel)과 바다 / 브람스 전(前) / 산행가 / 내설악 연가 / 대청봉 절정가 / 동해가 / 파블로 카잘스에게 / 문 / 대장간의 노래 / 회소(回蘇), 회소, / 서식(棲息)의 노래 / 서식기 / 동물원 사육기 / 변증법적 춤 / 점화 4부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연가 / 변증의 노래 / 가을 / 영구를 보내며 / 층 / 얼음 / 나무 / 겨울 / 그늘 / 숲 / 성금요일 / 호수에서 / 종소리 / 보도에서 / 부활 그 이후 /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 편집자의 책소개 새벽에 깨어 있는 자, 그 누군가는 듣고 있다 창틀 밑을 지나는 북서풍이나 대중의 혼이 걸린 백화점 유리창 모두들 따뜻한 자정의 적막 속에서도 손이라도 비어 있는 잡것들을 위하여 눈물 같은 즙을 내며 술틀을 밟는 소리 _「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부분 <너를 꽃이라 부른 후 너 꽃으로 돌아가고 너를 너라 부른 후 드디어 강 하나 살아나 나와 너 사이 범람하고 있을 때> _「결빙기」 부분 삐꺽이는 거리에 흰 시트처럼 눈이 덮여도 저 벌거벗은 나무의 진실은 어쩌지 못한다 _「나무」 부분 고정희 시인의 첫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를 문학동네포에지 21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79년 7월 배재서관에서 처음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42년 만이다. 총 47편의 시를 4부에 나누어 실었으며 1부는 79년에, 2부는 78년에, 3부는 77년에, 4부는 데뷔 전후에 쓴 작품들을 선했다. 올해(2021년)는 그의 타계 3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를 생애 최초의 날처럼, 또한 마지막 날같이”를 생활지침으로 삼고 43년의 생을 불꽃처럼 살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과 하나되어 떠나간 고정희 시인. 이른 이별을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1975년 등단한 이후 사후 1992년에 발간된 유고시집까지 모두 11권의 시집을 발표하는 놀라운 창작열을 보여주었다. 김승희 시인은 말한다. 고정희에 와서 한국 여성 현대시는 ‘젠더’를 문제의식으로 가지게 되었고 ‘여성도 민중’이라는 역사적 발견을 외쳤으며 ‘가부장제적 유교 문화 비판’과 ‘여성적 글쓰기’의 고민을 할 줄 알게 되었다고. 한국 여성시는 고정희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갈라지는 새로운 경계를 그었다고. 황무지 같았던 한국 여성주의 문학의 개척자이자 여성운동에 마중물을 부어 “푸르른 봇물”을 튼 고정희. 30주기에 그의 첫 시집을 읽는 일은 고정희라는 문학과 여성운동의 뿌리가 지닌 현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영혼의 빈 두레박”에 샘물을 채우는 일이 될 것이다. 기독교계가 민중신학적 실천을 통해 성서 속 예수의 해방을 민중의 해방과 연결시켜 고통받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더 치열하게 다가가려던 1975년, 고정희 시인은 한국신학대학(지금의 한신대)에 입학한다. 같은 해 『현대시학』에 박남수 시인의 추천으로 「부활 그 이후」 「연가」를 발표하며 등단하게 된다. 박남수 시인은 고정희 시인을 가리켜 “일렁이는 영혼을 달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시를 쓰는 것일까. 그녀의 작품에는 뭣인가 드높은 목소리가 있다”고 말한다. 고정희 시인에게 시쓰기란 “나를 성취해가는 실존의 획득”이었으며 스스로 믿는 것을 실현하는 장이자 보는 것을 밝히는 방이며 바라는 것을 일구는 땅이었다. 그 실존은 “최소한의 출구와 최소한의 사랑을 포함하고 있다”(시인의 말). “내가 나를 인식하는 실존적 아픔과 나와 세계 안에 가로놓인 상황적 아픔”을 동시에 껴안으며 스스로 “뜨끈뜨끈한 질화로”가 되어 추운 사람을 녹여주려 했던 고정희(1981년). 그에게 삶과 이데아는 동전의 안과 밖의 관계와 같았고 “‘현실’이라는 렌즈가 곧 꿈의 광맥을 캐는 도구”(1983년)였다. 눌린 자의 해방은 눌림받은 자의 편에 섰을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인간성의 모델을 ‘수난자 어머니’의 본질에서 찾았던(1989년) 시인은 20세기 인류의 과제를 ‘인간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운동’으로 보았다. 그 대안적 시도인 여성주의 시각은 “역사 속에서 소외되어온 여성의 삶과 억압 구조를 해방의 우선순위”에 두었다(1990년). 1979년 출판된 배재서관 판 초판 시집 차례에는 98쪽에 해설이 실려 있다고 되어 있으나 실제 시집에는 해설 부분이 사라져 있고 96쪽에서 백지로, 곧이어 102쪽 시인의 후기로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에 대해 고정희 시인과 목요시 동인으로 활동했던 강인한 시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고정희 시인은 첫 시집의 해설을 대구에서 알게 된 한 시인에게 부탁하였으나 그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채 시집을 출판하게 된다. 시집이 나온 후 해설을 읽은 고정희 시인은 자신의 시어 “자궁”에 대한 남성중심적인 해석에 놀라 당시 광주에서 함께 활동하던 목요시 동인들과 같이 해설 부분을 면도칼로 베어냈다(강인한, 『문학나무』, 2008년 봄). 첫 시집은 재판도 찍지 않고 초판으로 절판시켰고 6년이 흘러 평민사에서 재간행했을 때는 해설 없이 시인의 시와 ‘책머리에’만을 실었다. 고정희 시인의 첫 시집에서는 기독교적 세계관의 영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시집을 여는 첫 시이자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에서의 이 “술틀”은 포도를 으깨 즙을 짜는 ‘포도주 틀’을 가리키는 단어로 홀로 술틀을 밟는 행위는 하나님의 심판을 비유하는 상징이기도 하다(이사야 63장 2-3절). 고정희 시인은 이 첫 시집의 제목에 대해 의미 있는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틀’이라는 단어를 ‘수틀’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말하거나 쓴다는 것이다. 시인이 ‘술틀’이라고 고쳐 말해도 활자화된 것은 어김없이 수틀로 나오곤 했다며 바로 그것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반영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박혜란). “거부당한 우리들 몇 마디 언어가/이제는 적막한 허공에 떠서/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아침”(「서식기」). 넘어야 할 산밖에는 보이지 않는 첩첩 산정,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사람들은 산 너머에 보이지 않는다 넘어야 할 산밖에는(「미궁의 봄 4」). “박제된 한 세대의 꿈을 아는 건/박제된 한 마리 사슴뿐이고/박제된 한 시대의 생명을 아는 건/박제된 한 마리 사슴뿐”. ‘산짐승’이 ‘죽은 목숨’처럼 길들여지는 마을. 길들다 숨진 사슴의 골반은 포수의 흥정대상이 되고 뼈가 추려지고 박제당한다(「바벨탑과 마을」). “죽음 같은 자정, 문 닫은 후의 거리를/한 순례자가 절룩이며 절룩이며 가고 있다”(「문」). “목숨의 뿌리에 닿기 위해서/(…)/영혼의 뿌리에 닿기 위해서”(「대장간의 노래」). 우리 서로 문 닫고 혼자인 밤에는 사는 것이 돌보다 무거운 짐 같고 끝내는 눈 덮인 설원 하나 곤두서서 더운 내 부분을 지나갑니다 무사한 날을 골라 반기는 그대 우리는 정말 친구인가요? 우리는 정말 시인인가요? 캄캄한 어둠이 우리 덮는 밤에는 제 십자가 무거워 우는 소리 들리고 한 사람의 시인도 이 땅에는 없습니다 _「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전문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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