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상실하는 인간의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했던 사람
불안과 확신 사이에서 움직이는 인간을 누구보다 주목했던 키에르케고어의 유산 되짚기
쇠얀 키에르케고어에 관한 입문서. 20세기 현대 사상과 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키에르케고어의 사상적 특징을 윤리와 사랑에 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고 있다.
키에르케고어를 수식하는 설명은 많다. 실존주의의 창시자, 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 등과 더불어 현대 사상의 주춧돌을 놓은 사상가, 20세기 현대 신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그리스도교 저술가. 마르틴 하이데거, 칼 야스퍼스, 장 폴 사르트르,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철학자, 칼 바르트, 에밀 브루너, 폴 틸리히와 같은 개신교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 같은 로마 가톨릭 신학자 등 현대 사상과 신학계를 수놓은 인물들은 모두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빚을 지고 있음을 고백했다. 설사 그의 이름과 사상을 접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다양한 영역에서 어렵지 않게 그의 흔적-‘실존’, ‘불안’, ‘결단’ 등과 같은 용어-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널리 알려진 이름이지만, 동시에 키에르케고어는 낯선 이름이기도 하고, 널리 알려진 만큼 쉽게 곡해당하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가 남긴 방대한 유산을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다양한 장르와 목소리를 빌려 ‘불안’과 ‘확신’을 오가는 그의 목소리가 진정 어디를 향하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어 자신의 저술에 대한 총체적인 해설을 시도한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평생에 걸쳐 추구한 물음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성숙한 신앙인처럼 그 역시 초월자인 하느님, 이 세계에 육신으로 온 그리스도에 대해 숙고했지만 그 방식은 사뭇 달랐다. 그는 저 ‘너머’가 아닌 ‘이곳’, 이 세계의 인간, 본향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자기 자신을 위한다면서 결국 자기 자신을 상실해버리는 인간의 비극적인 몸부림에 주목했고 이 비극성과 진정한 복음의 가치 모두를 화석화시키려는 사유의 흐름 및 제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하여 덴마크의 이 ‘고독한 산책자’는 현대 사상과 신학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책에는 키에르케고어의 사상적 특징을 담은 본문과 더불어 키에르케고어의 저작 목록, 키에르케고어의 1차 저작에 대한 해설, 함께 읽어볼 만한 책들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키에르케고어라는 거대한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숲이 빚어내는 다양한 색과 결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길잡이다.
| 출판사 서평 |
키에르케고어의 저작은 19세기에 속했지만, 그의 참된 영향은 오늘날에 들어와 소중한 것이 되었다. ...키에르케고어는 종교적으로는 내부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실 교회의 비판자로서는 외부 사람이었던 마르크스와 니체를 합친 것보다 더 과격했다.
- 폴 틸리히
쇠얀 오뷔에 키에르케고어Søren Aabye Kierkegaard는 현대 철학과 신학의 선구자다. 20세기 초에 독일어로 번역된 그의 저작들은 마르틴 하이데거, 칼 야스퍼스, 장 폴 사르트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철학자, 칼 바르트와 에밀 브루너, 폴 틸리히와 같은 개신교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와 같은 로마 가톨릭 신학자 등 다양한 지적 전통에 광범한 영향을 미쳤다. 1930년대, 영미권에 그의 사상이 소개된 이후에는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그가 쓴 개념을 적용하거나 응용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0세기 이후 예술,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가 사용한 ‘실존’, ‘불안’, ‘결단’ 같은 개념이나 그 개념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저작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그의 사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여전히 까다로운 문제로 남아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는 1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20권이 넘는 저작과 8,000페이지가 넘는 유고를 남겼다. 그래서 키에르케고어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이라 하더라도 그 저술들을 모두 읽고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의 저작은 종교 저작, 철학 저작, 사회비평문, 에세이, 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고 작품마다 문체나 형식도 다르다. 또한 그는 일부 저작에서 자신의 필요와 의도에 따라 다양한 필명을 사용했는데, 독자는 그것이 다른 이의 입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는 서술 방식인지, 특정한 실존단계에 있는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사적 방편인지, 독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위한 저자의 배려인지, 다양한 사상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키에르케고어라는 거대한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그 숲이 빚어내는 다양한 색과 결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의 윤리와 사랑에 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춘 본문과 함께 <토머스 머튼>, <디트리히 본회퍼>, <헨리 나우웬>등 비아에서 출간한 다른 입문서와 마찬가지로 쇠얀 키에르케고어 저작 목록, 프란치스칸 원천에 대한 목록, 1차 저작 및 함께 읽어볼 만한 책들에 대한 역자의 친절한 소개를 추가해 입체적으로 그의 생애와 사상을 살필 수 있게 해 놓았다. 키에르케고어라는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숲이 빚어내는 다양한 색과 결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길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