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자꾸 비를 맞고 다녀요.”
“괜찮아, 많이 오지도 않는데 뭘!”
항상 괜찮다고 말하는 아빠가 정말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누구나 일선에서 물러나 퇴직의 시간을 맞이한다. 퇴직은 예고된 것일 수도,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는 딸의 시선에 비친 퇴직한 아빠의 일상을 독백하듯 풀어 낸다.
일 년 전 퇴직 날,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돌아온 아빠는 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평온하고 여유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미뤄 두었던 취미 생활과 친구와의 만남 그리고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던 딸의 졸업식까지, 일로만 채워졌던 아빠의 시간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출근하는 가족들의 아침을 챙겨주는 아빠의 모습이 딸에게도 제법 익숙해졌다. 딸은 그런 아빠가 꽤 괜찮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여유로운 일상은 무료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바뀌고, 아빠는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하던 아빠가 이제는 괜찮지 않아 보인다. 딸은 그런 아빠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아빠, 우산 같이 써요. 이제 제 우산도 제법 커요.”
조금은 달라진 아빠와 딸의 평범한 이야기
윤여준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딸과 퇴직한 아빠의 모습을 그렸을 뿐이다. 하지만 평범한 이야기가 주는 공감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세찬 비에 흠뻑 젖어 있는 아빠에게 딸은 제법 큰 우산을 기울인다. 긴긴밤이 지나고 비 개인 아침이 밝자 딸은 일어나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아빠가 직접 차린 밥을 먹고 나가겠다는 덤덤한 말에 아빠는 물줄기를 기다려 온 식물처럼 반색하며 곁을 내어 준다. 거창하지 않은 한마디만으로도 힘과 위안을 얻는 사이,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의 아빠와 딸을 마주하고 나면 문득 머릿속에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떠오를 것이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