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집 나갔던 엄마
자기만의 집을 갖다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가, 바람 속에 두 발을 맡긴 채, 정주하지 못하고 떠돌던 엄마가 돌아왔다. 이곳저곳 헤매는 동안 엄마는 삶에 대해 당차졌을 뿐만 아니라, 지상 위에 그럴듯한 집을 한 채 지었다. 비록 지은 지 이십 년쯤 된, 재개발을 해야 할 만큼 낡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지상의 어느 집보다 견고한, 자유와 화해와 공존과 독립이 가능한 집이다.
전경린 신작 장편소설 『엄마의 집』. 그 집에 가면 “편안하고 맑고 어딘지 더 깊”어진 “비밀스러운 정원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호젓”한 엄마가 딸을 기다리고 있다. 살과 뼈와 피가 될 지상의 양식처럼.
불온과 매혹, 불꽃의 작가로 불리는 우리시대의 대표 소설가 전경린. 1995년 「사막의 달」(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 당선작)로 등단한 이후 그녀는 그동안 “발목에 금이 가서 침대에 눕혀져 있는 유리 인형”처럼 절대적인 한계에 놓여 있거나, 집을 떠나 일탈을 일삼는 오로지 스스로의 욕망에만 집착하는 여성들의 내면에 천착해왔다. 여성들은 화해하지 못하고 사무친 원한과 사무친 열정 속에서 소모되듯 살아왔다. 그리고 그 여성들은 하나같이 전경린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전경린, 그녀 자신도 소설가가 된 이후 고향과 집 밖을 떠돌며, 삶에 대한 원한과 열정 속에서 끓는 피처럼 살아왔던 것.
가출 후 떠돈 지 십여 년, 전경린은 더 늦기 전에『엄마의 집』을 통해 대안적이고 이상적인 집의 전형을 만들어 보이고자 한다. 엄마의 집에서는 “최선을 다해 서로 돕는 게 우선”이며 “불필요한 고집을 서로에게 부리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선 안” 된다. 그리고 “좀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러기에, 『엄마의 집』은 가족이 파편화되고 다양해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집이다. “이혼한 엄마들이든, 미망인인 엄마들이든, 혹은 처음부터 남편 없이 아이를 갖는 싱글 맘들이든, 입양아를 가진 미혼의 엄마들이든” “종래와 달리 엄마의 정체성을 획득하고도 동시에 처녀의식을 간직하고 사는 새로운 엄마들”을 위한 특별한 집이다.
엄마가 집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한 여자가,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생애 속에서 전적으로 통제하는 일”이라고 전경린은 말한다. 그리고 집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유롭게 존재” 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경린은 그것이 “초월적일 만큼 즐거운 일”(299~300쪽)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이 소설의 해설을 맡은 김형중은 “‘엄마의 집’은 더 이상 젠더로서의 남성도 여성도 존재하지 않는 울프의 ‘자기만의 방’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말한다.
한편, 전경린은 이번 소설에서 처녀의식을 가진 엄마들에게 “미스 엔”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엄마의 집』은 아버지에게도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종속당하지 않는 미스 엔의 탄생이기도 하다.
잘 자랐다, 내 딸
스무 살이 되어 엄마의 집을 찾아오다
엄마(윤진)가 집을 갖게 되자 나(호은)가 돌아온다. 나는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출현한, 오직 세속만이 문제가 되었던 비운의 청춘”을 살고 있는 스무 살 대학생. 그리고 나는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에서 자랐다.
엄마의 집에서 살기 위해 엄마의 집을 찾아온 날, 나는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의 모습을 떠올린다. “집을 떠나기 전, 거의 삼 개월여 동안 엄마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침대에서 지냈다. 당시 엄마는 유리로 만든 발레 인형 같았다. 유리로 만든 발레 인형은 발목에 금이 가서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언제까지나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35쪽) 그런데 어느 날 엄마는 침대에서 일어나 집을 나갔고, 먹고살기 위해 돈이 되는 일러스트를 그리며 살아왔다.
솔직히 집을 생각하면 나는 마음이 아려온다. 엄마의 집이 “내 열세 번째 주소지쯤”(265쪽)될 정도로 엄마는 수없이 집을 옮겨 다니며 살아야 했다. 엄마가 이집 저집을 떠돌다 정착하게 된 지금의 집은 그냥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엄마의 집’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집을 마련하기 위해 낯선 곳으로 와 몇 년 동안 원룸에서 밤낮 없이 일을 할 때, 난 자신에게 이렇게 독려했어. 지금은 아무것도 원하지 말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자. 해내야 할 일만 생각하자. 그것이 막다른 곳에서 나가는 길이야. 일하는 한, 난 밖으로 나가고 있는 거다.”(264쪽) 그래서 그 집은 엄마와 딸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엄마가 그토록 온전한 집 없이 집시처럼 떠돌며 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아빠에게 있다. 아빠는 내 꿈속에서 “늘 이미 죽은 사람”이다. 나는 심지어 “잠이 깬 뒤에도 대체로 세수를 하기 전까지 나는 아빠가 죽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아빠의 죽음은 이제 내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18쪽)다고 생각할 정도다.
멸종한 공룡의 발자국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아빠는 한마디로 “지난 시대의 컴퓨터 용량같이 처량한” 386세대. 아빠는 “밤새 켜져 있는 감방의 백열등과 살진 변소 쥐와 감옥의 목욕탕을” 아직도 잊지 못한 “진실을 택하지도 못했지만, 생존을 택하지도 못한” 그래서 결국 “가정을 저버린 셈”이 된 무능한 가장.
어느 날 아빠가 내게 승지를 떠맡기고 사라져버린다. 승지는 아빠가 엄마와 이혼한 뒤 재혼한 여자의 딸. 그애는 이제 중학교 이학년이다. “만에 하나 엄마와 아빠가 다시 합친다면 어떻게 될까? 승지와 난 한가족이 되고 우린 한집에 살겠지. 엄마와 아빠, 승지와 나, 토끼도…….”(91쪽) 하지만 엄마에게는 아빠와 다시 시작할 의지가 없다.
엄마는 나와 승지를 데리고, 멸종한 “공룡”처럼 사라져버린 아빠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아빠의 친구들을 찾아다닌다. 386세대로, 한때 운동권이었던 그들은 하나같이 엄마에게 뭔가를 숨기는 “공모자들”일 뿐이다. 그들은 알코올중독자이거나 너무 빨리 늙어버렸으며, 잘살아보겠다고 타락했거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들이기도 하다. 그들 때문에라도 사라진 아빠를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엄마의 집
지상 최고의 릴렉스 호텔
엄마와 나, 승지. 그리고 승지의 토끼는 그래서 한동안 ‘엄마의 집’에 가족처럼 모여 산다. 엄마의 집은 내게 “지상 최고의 릴렉스 호텔”(185쪽)이다. 눈을 뜨면 “음식 냄새가 가득하고 부엌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186쪽)하다.
승지에게 초경이 비치던 날, 엄마는 승지에게 “너는 언젠가 엄마가 될 수 있”(153쪽)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제 “너 자신을 더 잘 보호해야 한다”고. “걱정할 일은 하나 없”(158쪽)다고. 엄마는 그렇게 ‘나’의 엄마만이 아닌 승지의 엄마가 됨으로써, 이 세상 모든 딸들의 엄마가 된다.
“엄만 내가 양성애자면 어때?”라고 묻는 내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엄마가 어떻게 자기만의 집을 지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 저마다 자기 생긴 대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 저마다 자기 생긴 대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구. 그게 인생인걸. 범죄가 아닌 이상, 누구도 그걸 억압해서는 안 돼.” “그리고, 이성애자라는 정체성이 꼭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보다 덜 위험한 것도 아니야. 어차피 인생이란 숱한 기회들과 선택의 연속인걸. 난 네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게, 너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삶의 진실들을 경험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아.”(147쪽)
사라진 아빠가 나타나고, 아빠가 승지를 데려가던 날 승지에게 나는 날 언니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개념의 자를 가지고 들이대는 순간 사랑은 없단다
어디에도